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가깝게는 부모와 가족 공동체에 속하게 되고, 넓게는 지역사회, 국가 공동체에 속하게 된다. 이에 관련하여 브론펜브레너 Bronfenbrenner, U.는 아동기의 생태학적 환경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발달이 단순히 내부의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 의해서도 일어나는 것이라고 피력하였다. 공동체의 가장 기본 단위는 부부관계, 부모와 자녀 관계로서 이를 통한 생애 초기에 이루어지는 신뢰감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들에게 신뢰감의 규범을 보여주어야 아름다운 가족공동체가 이루어지고 신뢰감이 형성된 작은 가족공동체들이 결합되어 건강한 사회 공동체가 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처럼 가족 구성원들이 사랑과 의사소통을 원만하게 이루어 나갈 때 그 사랑의 영향력이 극대화 되며, 이렇게 극대화된 사랑의 힘으로 많은 크고 작은 형태의 지역 사회가 건전하게 형성되며 이들이 하나씩 모여서 우리나라의 저변을 이루어 나간다면, 우리는 그 어느 누구라도 넘볼 수 없는 저력이 있는 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

에리히 프롬 Erich Fromm은「사랑의 기술」이라는 저서에서 ‘사랑은 인간의 상호 일치와 융합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며, 사랑은 개인 중심적인 경험이기는 하지만 함께 움직이며 성장하고 사랑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각자의 삶이 풍성해지고 활발해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랑이 공동체 만들기의 본질이 된다면, 구성원들이 서로를 통하여 일치와 협력을 이끌어 낼 뿐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관계가 돈독하게 수립되어 이 땅은 한층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유명한 기독교 영성가인 헨리 나우웬은 삼십대의 젊은 나이에 미국의 예일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생활을 했지만,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늘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함을 느꼈다고 한다. 사람들은 헨리 나우웬을 보며 성공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는 늘 자기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어느날 그는 하버드 대학 교수라는 자리를 내려놓고 캐나다의 데이브레이크에 있는 라르쉬 공동체에 들어가서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여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정신지체 장애우들을 섬기며 봉사하며 살았다.

헨리는 그곳에서 참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저서에 쓰고 있다. 헨리 나우엔의 삶을 보면 사랑이 충만한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의 연약한 부분을 섬기며 봉사하는 삶이, 한 때 절망에 빠졌던 그를 오히려 치유의 길로 이끌게 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와같이 하나의 일치된 가치관을 가지고 함께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실제적인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헨리 나우엔이 본을 보인 것과 같은 섬김과 봉사의 삶이 아닐까.

우리 사회는 지금 구석구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상당히 지쳐서 쓰러져 가고 있다. 절망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신기루처럼 손에 잡을 수 없어 사막을 방황하는 사람들처럼 떠도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현대를 최첨단의 사회라고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메말라 가고 감각이 점점 마비되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야를 점차 상실해 가고 지평선과 수평선의 경계조차 모호해 보이는 이 세대 안에서 신앙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핵심소명은 무엇일까. 그것은 곳곳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공동체를 세우고 생의 본질을 회복해 나가는 일일 것이다. 더불어 믿음으로 하나 됨을 이루는 그리스도의 공동체의 형제와 자매들에게는 서로 사랑하며 돕는 지체의식과 유기적인 관계가 있기에,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무너지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모든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오히려 성숙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진정한 사랑과 섬김과 나눔이 있는 공동체는 혼돈된 자아와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치유하는 삶으로 이끈다는 것을 기억하며, 우리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역들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