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묻는다. 올해 통계는 어떠할 것 같은가 하고.
작년 한 해, 한국에서는 12,17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34명이 자살했다는 얘기다. 청소년은 거의 매일 1명씩 총 309명이, 60대 이상 노인은 5,200명이상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 있다는 자살률을 우리는 그다지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IMF를 이겨낸 우리 국민은 작년 가을, 전 세계를 패닉상태로 몰고 간 금융위기에 또 한 번 온 몸을 내맡기고 있다. 어수선한 사회적 분위기를 체감하며, 새로이 시작한 한 해의 자살률을 예측하자니, 난 두렵다.

난 저린 가슴으로 떠난 당신들에게 묻는다? 왜 자살하는가? 무엇이 당신을 자살로 몰고 갔는가? 경제 때문에? 그 옛날 보릿고개시절, 당장의 한 끼를 걱정해야 했던 그 사람들의 자살률은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까? 아니다. 그럼, 많은 사람들이 자살의 원인이라고 알고 있는 우울증 때문에? 우울 때문에 자살할 것 같으면 지금의 통계수치보다 자살자수가 엄청났어야 한다.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한다는 통계 보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우울증 환자가 자살하는 것은 아니다.

심한 우울증, 실업, 가정폭력, 경제파탄,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자신의 목숨을 부여잡고, 병들지도 않고 오히려 그 역경을 딛고 이겨낸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어떤 특성이 있었을까? 그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힘들 때 누군가 옆에 함께 해줄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와 함께 해주는 그 사람에게, 또는 신에게, 그조차도 아니라면 자신의 일기장에 한바탕 내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칠흑 같던 절망의 그 순간이 지나간다. 어떠한 어려움도 결국에는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한 대로 되는 일이 많다. 요즘 많은 이들이 공감했던 CF 하나가 생각난다. ‘결혼 말 나오면 웃으면 되고, 잔주름 늘면 적게 웃으면 되고 …… 생각대로 하면 되고……’ 라며 노래 부르는 남자배우의 통신회사 CF. 내 마음 밭에 무슨 씨를 뿌렸는지에 따라 수박도 열리고 사과도 열리는 것이다. 내가 뿌리지 않은 것은 절대 열릴 수 가 없다. 시간이 많이 걸리느냐, 적게 걸리느냐의 차이일 뿐. 좋은 씨든 나쁜 씨든 일단 뿌려놓으면 언젠가 열리게 마련이다. 씨가 뿌려지는 마음 밭이 옥토인가 자갈밭인가에 따라 뿌린 씨가 풍성하게 열매를 맺기도 하고 쭉정이로 변하기도 할 것이다.

생각이 나를 죽게 만든다. 살아가면서 죽고 싶었던 일이 한 두 번쯤 없었던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여러 번 죽어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우리는 죽고 싶다는 말을 무시로 하면서 산다. 배고파 죽겠고, 좋아 죽겠고, 미워 죽겠고…… 죽고 싶다는 말과 늘 함께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우리의 대부분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는다. 그럼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어떻게 했는가?

가장 보편적인 우리들의 처방은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한 마음, 억울하고 분한 마음, 앞뒤를 돌아봐도 사방이 꽉 막힌 듯 숨통을 조여 올 때, 이런 답답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한바탕 털어놓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토마스 아캠퍼스가 말한 것처럼 “오는 것은 지나가버리고 나 자신까지라도 지나가고 마는” 것임을 깨닫게 되면 지금 이 순간을 견딜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꼈던 기쁨, 행복, 환희의 순간마저도 영원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내게 찾아오는 그 모든 것은 다 떠날 것임을 기억하고 그리고 이렇게 말하자. 내게 찾아온 그 절망을, 그 슬픔을 잘 다독여 떠나보내 줬다고.

젊은 시절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견디어냈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결국에는 지나가 버릴 수밖에 없고, 지난 후에 생각해보면 죽을 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 때 내가 죽어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