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님,

구약 성경을 읽다가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구절을 만났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일전에 목사님께 한 번 전화로 여쭈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기억을 하실런지요? 그 때 목사님께서는 이 표현에 대해서 저에게 몇 가지로 말씀을 해주셨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1) 히브리어 성경에서 이 표현이 여덟 번 나온다는 것 (신 2:7; 5:32; 17:11; 20; 28:14; 수 1:7; 23:6; 삼하 14:19),

(2) 히브리어 본문에서는 이 말이 “좌우”가 아니고 “우좌”로 나온다는 것,

(3) “좌우”가 실제로 지리적 방향을 말하기도 하고(신 2:7), 삶에서 지켜야할 법도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신 5:32; 신 17:20; 수 1:7; 23:6), 법해석의 공정 公正을 말할 때도 사용되고(신 17:11; 삼하 14:19), 신앙의 지조를 지키는 것과도 관련되어 쓰이기도 한다고(신 28:14)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레위기 18:3을 읽다가 다시 “좌나 우로 치지 말라” 말을 생각나게 하는 본문을 만났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여쭈었던 것은 “좌로나 우로나 취우치지 말라”고 할 때 “좌 左”가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우 右”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이냐고, 그 내용이 궁금하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저는 다음과 같은 본문에서 그 좌나 우의 내용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번 보시지요.

3 너희는 너희가 살던 이집트 땅의 풍속 風俗도 따르지 말고, 이제 내가 이끌고 갈 땅, 가나안의 풍속도 따르지 말아라. 너희는 그들의 규례 規例를 따라 살지 말아라. 4 그리고 너희는 내가 명한 법도를 따르고, 내가 세운 규례를 따라 살아라.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새번역] 레 18:3-4)

바로 위 본문에서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명하신 “법도 法度”를 따를 것을 요청받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이집트에서 살면서 은연중 몸에 베인(이것은 제 상상입니다만) 풍속 風俗을 따르지 말라고, 또 한편으로는 이제 곧 들어갈 가나안에서 그곳의 새로운 풍속을 따르지 말 것을, 구체적으로는 그들의 “규례 規例”를 따르지 말라는 경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집트와 가나안의 “규례”를 저로서는 요즘의 “이데올로기”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오랜 왕정 전통을 지닌 이집트의 규례는 보수적인 “우 右”일 것 같고, 수십 개의 도시국가가 자리 잡고 있던 가나안은 어떤 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없이 개별적인 다양한 문화 속에서 진보적인 이데올로기가 지배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니까 가나안적인 것은 “좌 左” 생각이 됩니다. 목사님께서도 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것이 어떤 법해석을 두고도 적용된다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저도 이렇게 생각해 본 것입니다.

지난 번 2011년 2월호 [햇순]에서 “맏아들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여쭌 것에 대하여 친절한 답변을 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일산거사(一山居士)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