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용맹한 여호수아

어려서부터 강자로 나서서 살아온 사람들은 때때로 속으로는 겁이 나고 공포를 느끼지만, 전혀 아닌 듯이 시치미를 떼고 강자로 군림하려 한다. 긴 시간에 걸쳐 관찰하면, 그런 사람은 좋게 말해서 ‘외강내유’형으로 보인다. 허지만 겉은 강하나 속은 허하기 쉽다.

그러나 걱정이 많고 불안하기 쉽고 겁이 많은 #6번 유형들은 평상시에 비굴하다 싶을 정도로 겁이 많다. 자신이 속으로 늘 그것을 느끼기 때문에 자기도 남들처럼 대담무쌍하고 용감하게 살 수 없을까 고심하면서 가능성을 찾는다. 그래서 일찍부터 권위 있고 힘 있는 사람을 ‘아버지’에게서 찾았다. 어려서는 아버지만 의지하면 될 것 같았는데, 나이 들고 철이 나면서부터는 아버지를 의존하며 사는 데 한계를 느낀다. 결국은 절대자를 찾아서 참된 용기를 찾는 데 이른다.

이런 내면의 변화와 성숙의 과정이 여호수아에게도 필연적이다. 어느만큼 성숙한 뒤에도 위기나 중대한 사건 앞에서는 망설임과 불안이 생기고 내심 겁이 나기 시작하면 홀로 서기가 어렵거나 부담스럽고, 마치 ‘버림받을 것 같은’ 심정이 되기 쉽다.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하며,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 하겠다’(수1:5)고 약속하신 말씀 속에 비쳐지는 여호수아의 정신 ?심리적 필요 psychospiritual need가 반사된다.

스스로 부족한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약속하시고, 약속하신 것을 이루어주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일어서면, 그 뒤로는 자신의 용기가 스스로 마음먹어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것임을 날마다 확인하게 될 때, 진정한 용기의 소유자가 된다. 바로 #6번 유형의 진정한 덕목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 Nelson Mandela는 ‘지도자의 지혜’에 관하여 말하면서 용기에 대하여 이런 말을 남겼다. ‘용기는 두려움을 안 느끼는 것이 아니다. 남들에게 감동을 주어 그것을 극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Courage is not the absence of fear, but inspiring others to move beyond it.

여호수아의 지도력과 그의 지혜와 용기를 성찰하다 보니 만델라가 바로 여호수아에게서 참된 용기의 패러다임을 찾은 듯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속에 있는 공포는 여리고를 비롯한 정착민들의 막강한 요새와 군사력에 대한 공포였다. 여호수아도 또한 같은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마음속에 공포를 지니고 살아온 여호수아이고 보면, ‘두려움 안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공포를 뛰어넘게 만드는 것에서 참된 용기가 발휘된 것을 알 수 있다.

#6번 유형에게서 용기가 솟아나올 때, 얼핏 보기에는 돌출적이고, 남 보기에는 만용처럼 의외성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불안과 걱정과 두려움이 점차 사라지고 마침내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용기가 치솟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는 성향이 있다.

여호수아가 여리고 성을 공략할 즈음에 정탐꾼 두 사람을 보내는 데서 그 특징이 잘 나타난다 하겠다. 그래서 #6번 유형이 용맹을 떨치는 지도자이면서도 정보를 잘 활용하는 신중함이 탁월하다.

마침내 여리고를 향하여 떠나면서 요단강을 건너게 되었다. 백성들이 행여나 경거망동하지 않도록 하려고, 여호수아는 백성들에게 이른다.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기 때문에’ ‘제사장들의 뒤를 따르시오.’(수3:3). 용맹과 지혜가 조화된 여호수아의 지도력을 본다.

4. 함께 가는 여호수아

사람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어서 누군가 곁에 있으면 신경이 쓰이고 걸리적거려서, 오히려 혼자 일해야 잘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혼자서 하면 왠지 허전하고 불안해서 누군가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가 #6번의 특징을 드러낸다. 여호수아는 그런 인성 유형이다. 이런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을 때 백성들과 함께 가는 지도자가 된다.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사람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심하면 지도자의 경우에, 참모진이나 보좌진의 말도 잘 안 듣는다. 독선적이고 고집불통이다. 소통과 대화가 안 되고, 대결로 치닫기 쉽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식과 정보의 필요성을 잘 느끼며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경청하는 사람들은 화합형의 지도자가 된다. 국민과 함께 가는 지도자가 된다. 여호수아가 그런 인물이다.

애굽에서 태어난 세대 가운데 약속의 땅에 들어간 대표적 인물로 여호수아와 갈렙을 꼽는다. 애굽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세대는 광야 난민 생활로 끝났다. 가치관과 역사의식을 새롭게 갖춘 사람들이 약속의 땅으로 들어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희망과 비전을 공유하며 생각과 뜻을 같이 하며 함께 가는 지도자가 되었음을 중시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강을 건너 갈 때에도 백성과 함께 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을 지도자로 세워주실 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세와 함께 있던 것처럼 너와 함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알게 하겠다.’(수3:4)고 약속하신 말씀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런 믿음이 지도자에게 신념과 확신에 찬 지도력을 갖추게 한다. 무엇보다 백성과 함께 가는 지도자가 되게 한다.

스스로 하나님의 명령과 약속에 충실하게 살았던 여호수아는 백성과 함께 길을 걸으며 백성이 하나님께 충성하도록 이끈다. 스스로 인간의 욕심과 탐욕을 버리고 하나님께 충성하듯이 백성이 그와 함께 가도록 지도한다. 여리고 성을 함락시켰을 때, ‘주님께 바쳐야 할 물건을 잘못 다루었다.’(수7:1). 결국은 잘못을 저지른 인간을 색출하여 일벌백계로 그를 처단한다(수7:24-25). 탐욕의 뿌리를 뽑자는 것이었다.

여호수아가 스스로 절제하며 산 지도자였기에 그의 영이 섰다. 일생을 검약하게 살며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여호수아였기에 끝까지 청렴하게 살았고 죽을 때까지 검소하게 살았기에 백성과 함께 살았다. 전성기 때 백성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더욱이 말년에 가서 존경을 받는 지도자로 남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여호수아에게서 돋보이는 점이다.

한 인생이 죽을 때까지 의식이 살아있고, 정신이 맑은 것은 큰 복이다. 백성을 사랑하며, 백성과 끝까지 함께 가는 여호수아가 이런 복을 누렸다. 그는 끝까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도록 당부하는 노력까지 기울인다. 하나님께 충성하며, 백성에게 충실한 여호수아의 고별사는 백성과 함께 가는 지도력의 압권이다.

‘당신들이 어떤 신들을 섬길 것인지를 오늘 선택하십시오. 나와 나의 집안은 주님을 섬길 것입니다.’(수24:15). 지도자 개인의 실존적 신앙고백과 공동체의 신앙적 결단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패러다임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