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철 목사님

출애굽기 24장 12절은 여호와께서 모세와 산에서 만나시기로 약속하시는 내용입니다. “너는 산에 올라 내게로 와서 거기 있으라”는 말은 달리 “너는 산(여기에서는 시내산이지요)”으로 올라와서 ‘거기에서’ 하나님을 기다리라는 말입니다. “거기 ?am”라는 표현이,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산으로 올라오라고 말씀하실 그 때는 아직 거기에 여호와께서 계시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하나님께서도 모세를 만나기 위해 그 산으로 강림하신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곧 여호와께서 모세를 만나러 그리로 오실 것이라는 뜻을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제 목사님께서 제기하신 문제에 접근합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너로 그들을 가르치려고”는 ‘네가 백성에게 가르치게 하려고 (이 율법과 계명을 내가 돌판에 써서 네게 준다)’는 말입니다. 백성에게 ‘율법’과 ‘계명’(토라와 미츠바)을 가르치는 임무는 일차적으로 모세의 임무였습니다. 그후 그것이 부모와 레위 지파에게로 이어집니다(신 6:6-9; 33:10; 말 2:1-9). “내가 ... 친히 기록한”이란 말은 여호와께서 “몸소” “손수” 돌판에 기록하셨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목사님께서는, 분량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율법과 계명이 어떻게 두 돌판에 모두 기록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아니면 많은 돌판이 사용되었을 터인데 성경에는 모세가 손에 들고 내려오는 두 개의 돌 판만이 언급된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혹시 우리말 번역이 틀린 것이 아니냐고 물으시는 것이지요?

박수철 목사님께서는 이미 문제의 소재 所在를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단도직입 單刀直入으로 말씀드리면, 우리말 번역은 목사님께서 언급하신 네 개의 번역이 모두 히브리어 본문의 번역이 아니고 그리스어 칠십인역의 번역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리스어 칠십인역 역시 “내가 율법과 계명을 친히 기록한 돌판을 네게 주리라”라고 번역하였고, 우리말 번역도 이런 이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십계(‘앗세레트 하드바림’/ “열 마디 말씀”)’ 외에 ‘율법 (‘핫토라’)’과 ‘계명 (‘함미츠바’)’을 돌판에다가 다 쓸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번역의 문제와는 무관합니다. 번역은 히브리어 본문을 번역하는 것이지, 본문 내용의 합리성이나 타당성 여부는 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리스어 번역본문과는 대조적으로 히브리어 본문은 좀 달리 읽혀질 수도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주신 것이 둘입니다. 하나는 ‘돌판’이고 다른 하나는 ‘율법’과 ‘계명’입니다. “내가 돌판을 너에게 줄 것이다”, “그리고 율법과 계명도(네게 주리라)”. ‘돌판’ 따로, ‘율법’과 ‘계명’ 따로 주신다는 것입니다. 히브리어 본문을 따르는 대다수의 영어 번역들도 이 둘을 구별합니다(물론 여기에도 문법적 이해와 설명에 이견이 있습니다). 여기 ‘율법’과 ‘계명’이란 무엇입니까? 적어도 ‘십계명’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십계명’이 ‘율법(핫토라)’으로 일컬린 적은 구약에 없기 때문입니다. 출애굽기 24장 7절의 ‘언약서 (言約書/ ‘세페르 합브리트’)’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언약서는 이미 기록되어서 벌써 모세에게 주어졌습니다(출 24:4,7). 24장 25-31절의의 장막에 관한 규정일 수도 없는 것 역시 그것이 구약에서 ‘율법 (토라)’으로 불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율법’과 ‘계명’은 모세가 호렙산에서 받은 “모든 명령과 규례와 법도”로서 기업의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이 거기에서 지켜야 할 법들(신 5:31)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럴 경우 “율법과 계명을 친히 기록한 돌판”은 ‘율법과 계명, 그리고 친히 기록하신 돌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돌판”은 ‘돌판들 (‘룩호트 하에벤’)’입니다. 여기에는 그 돌판이 몇 개인지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출애굽기의 다른 문맥에서는 “두 돌판 (‘슈네 룩호트’)”(출32:15)입니다.

귀하께서 말씀하신 출 24장 12 절의 히브리어 본문 하반절을 다시 번역하면 “너로 그들을 가르치려고 내가 친히 기록한 돌판을, 그리고 율법과 계명을 아울러 네게 주리라”가 될 것입니다. 십계명이 기록된 돌판은 오경 안에서 ‘돌판’(출24:11; 31:18b), ‘증거의 두 판’ 혹은 ‘증거판 둘’(출 31:18a; 32:15a; 34:29), 혹은 ‘두 돌판’ 혹은 ‘돌판 둘’(출34:1,4; 신 4:13; 5:22; 9:9-11;10:1,3), 혹은 ‘언약의 돌판 둘’, ‘언약의 두 돌판’(신 9:9,11,15) 등으로 불립니다. 말하자면 ‘계명 (‘함미츠바’)’으로 불리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는 돌판에 새긴 십계명 외에 율법과 계명을 따로 주신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민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