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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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띄우는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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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에서도 4월은 혁명의 달이요, 잔인한 달로 기억되고 있다. 4월이면 정치적 변수가 생기는 경우가 많고, 경제적으로 힘든 일이 자주 발생한다. 한민족에게 대전환점을 겪게 해준 4.19혁명은 세계사적으로도 4월 혁명이라 명명되며, 그 정신이 기려지고 있다. 정부수립을 했지만 자생 능력이 부족했던 터라, 우리는 원조경제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외세로부터 주어진 혜택들은 몇몇 경제 독식가들에 의해 선점되어 민중이 함께 공유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강국의 잉여농산물을 수입해 옴으로써, 농민들은 더 이상 천직인 농삿일을 계속하기가 버거워져서 이농의 길을 택했고, 도시의 빈민노동자층으로 전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설상가상 자유당의 장기독재와 부정선거가 더해졌으니, 메마르고 가냘픈 생명으로 버티었던 민중들은 안간힘을 쓰면서 힘을 모으고 모아 폭발하고 말았다. 가히 빅뱅에 버금가는 힘이 천지를 뒤흔든 것이다. 눈을 뜨는 것은 어쩌면 눈을 감는 것보다 괴롭고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눈을 감으면 편안하지만, 눈을 뜨고 깨어 있으려면 긴장하고 저항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하나의 약속”이라는 영화는, 우리가 무엇에 홀려서, 무엇에 중독되어서 눈을 감고 지내왔는지를 깨우쳐 준다. 생산성이 최고의 가치일 수밖에 없는 기업 현장에서, 무엇이 무시되고 무엇이 유린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불편한 진실’이 무엇이든 거기에 눈을 감기만 하면, 우리가 늘 허기지고 갈급해 하는 경제적인 소득이 더 많이 주어진다. 그러니 망각의 눈을 덮고 지내라. 인권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자유라는 것이 무엇이냐. 눈을 감고 지내기만 하면, 네 몸을 살리는 경제는 보장된다. 그러니 생산성에 네 영혼을 팔아라.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세계 일등국가가 되는 지름길이 아니냐. 왜? 모두가 그것으로만 척도로 삼으므로. 돈으로만, 경제로만, 잘살고 못사는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또 하나의 약속”은, 망각의 눈이불을 결코 덮지 않겠다고 선언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성과를 올려 목표액을 달성하는 것만이 전부였던 기득권자들의 만족을 위해, 아직 인생이라는 꽃도 피워보지 못한 딸의 죽음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한 아버지의 위험한 모험 이야기는, 잠들었던 우리를 뒤흔들어 깨우는 ‘불편한 자명종 소리’이기도 하다. 반도체 제조공장, 방사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작업현장에서, 입사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온 딸이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변하게 되자, 아버지는 절규한다.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이 세상이 믿겨지지 않는다. 차갑게 식은 딸의 손을 잡고 약속한다. 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겠다고. “아빠가… 꼭 약속 지킬게!” “또 하나의 약속”은 한 알의 씨알이, 단 한 알의 씨알이, 눈 덮인 거대한 대지를 뚫고 용솟음치려는 몸부림이었다. 우리 모두가 무언가를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의 기억을 일깨우고 어서 일어나라고 촉구하는 자명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서둘러 자명종을 끄고 싶어질까? 아니면, 벌떡 일어나게 될까? 어느 쪽이든, 가만히 귀 기울이면, 자명종 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울려 퍼지고 있다. 생명을 꽃피우려면, 너를 폭발시키고 너를 열어젖혀 온 생명을 누리에 퍼뜨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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