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더 진중한 사람이 되기 위한 좋은 충고이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 생각이 어떻게 느껴지는지를 알아차림으로써 그 생각의 가치를 먼저 평가해 보자. 하나님(=근원)과 일치되어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 상태에서 말하고 행동하고 교류하자.” 하나님은 ‘거리’라고 부를 수도 없을 만큼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보며 사랑으로 응원하고 계신다. 하나님은 우리의 존재 안에, 바깥에, 너머에, 아니 계시는 곳이 없다.

소위 성인이란, 근원과의 일치가 얼마나 막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했던 사람들이다. 육체를 받아 태어나 살고 있는 우리에게, 우리의 근원과의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근원과의 관계가 바르게 서면, 나와 육체의 관계, 나와 돈의 관계, 나와 부모, 나와 자식의 관계,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의 관계, 나와 정부의 관계, 나와 세상의 관계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자신과의 느낌보다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더욱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도 알지 못하는 사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에 길들여져 왔다. 우리는 서로에게 요구하기 일쑤다. “나를 기분 좋게 해줘봐! 이기적으로 자기만 생각하지 말고, 나를 기쁘게 해주라고!” 이런 요구에 응하여 타인들의 일시적인 만족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다 보니, 하나님께 접속함으로써 생겨나는 ‘절대적인 안내 시스템’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게 된다. 그렇다, 하나님과의 접속이야말로 우리 안에 이미 내장된 GPS이다!

우리 모두는 몸 받아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에는 하나님과 일치를 이루었던 존재들이었다. 유대인들과 논쟁하던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요 8:58). 그러면서 그분은, 너희는 알지 못하지만 “나는 알고 있으며 만일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하면 나도 너희같이 거짓말쟁이가 될 것이다.”라고 하셨다. 이 말씀은, 우리가 지구라는 삼차원의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에 영적인 존재였음을 밝히 드러내준다.

몸을 입은 우리가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살고 있는 동안에도, 영원하고 풍요로우며 더욱 지혜로운 영적인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더 큰 나가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비물질적인 나의 부분과 몸을 입은 나라는 이 두 얼굴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하나는 현실적인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영적인 시선이다. 고대의 현인들은 하나를 세속적인 마음이라 불렀고, 다른 하나를 그리스도의 마음, 즉 영적인 마음이라고 불렀다. 세속적인 시각에서는 현실적인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세상만을 실체로 인식한다. 반면에 영적인 시각에서는 몸을 갖기 이전의 나를, 몸 너머에 존재하는 나를, 오히려 더 진실된 나의 큰 부분으로 인정한다. 자기 존재를 몸이 아닌 영으로 인식할수록 우리 모두는 저마다 신성한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삼차원의 세상에서 몸 받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삶이 주어진 것은, 개성의 빛깔 너머에 존재하는 영적인 세계를 물질의 세상에 구현하기 위함이다. 작은 나를 전부라고 살다가 마침내 큰 나를 만나게 되고, 큰 나를 살게 됨으로써 작은 나를 큰 나에 통합시키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생명을 가장 오롯이 살아내는 일일 것이다. 더 풍요로운 삶, 더 자유로운 삶은 ‘작은 나’의 목소리를 한없이 작게 하고, ‘큰 나’의 목소리를 한없이 키우는 일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이라는 것의 속박과 구속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넘어설 수 있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보다 근원적이고 무한한 세상으로부터 투사되고 방사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십자가상에서 기꺼이 죽임을 당하고 부활함으로써 우리의 주인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하여금 주인 노릇을 하도록 이제는 삼가 그 주권을 돌려주어야 한다. 내 안에 이미 내장된 ‘큰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