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병 님,

참 흥미 있는 질문들에 대하여 감사드립니다. 질문을 듣는 동안 저도, 하나님의 영 靈, 혹은 하나님의 신 神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 접어두고요. 물어 오신 질문에 대해 제 견해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물으시니까 귀하의 질문 속에서 저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새롭게 깨닫게 됩니다. 제가 평소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질문을 받고 보니, 하나님의 영을 받은 이들이 행사하는 세 가지 기능, 곧 ‘장래 일을 말하는 것’과 ‘꿈을 통해서 계시를 받는 것’과 ‘이상을 통해서 어떤 정보를 미리 얻는 것’ 등이 독자적, 분업적 기능이 아니고 하나님의 영을 받을 때 수반되는 세 가지 서로 다른 계시 수납의 매체를 묘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의 영은 자유인에게만 오는 것이 아니라 남녀 노예들에게도 임한다는 것이 다음 29절입니다.

저는 박윤병 님의 질문을 받고 이 본문을 다시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녀들’ ‘노인들’ ‘젊은이들’ ‘종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어떤 한계를 지닌 사람을 묘사한 것 같습니다.

‘자녀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부모에게 자식은 무엇입니까? 히브리 사람들이 ‘바님과 바노트’라고 하는 대상은 철없는 어린애들입니다. 사리 事理도 분별 分別하지 못하는 애들입니다. ‘아들딸’은 아직 부모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 애들입니다.

‘노인들’은 누굽니까? 젊은이들의 돌봄을 받아야 하거나 시설 施設의 보호를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이들입니다. 히브리 사람들이 ‘즈케님’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이제 일터에서 물러난 이들입니다. 더 이상은 일터 곧 현장의 주역 主役이 아닙니다. 기능이 그만큼 퇴화되어 더 이상은 작업 현장 투입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현직에서 은퇴한 이들입니다. 극히 제한된 기능만 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젊은이들’은 누굽니까? 이제 막 사회에 책임적 존재가 되어 떠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사람들입니다. 일터에 부름 받은 이들입니다. 그러나 아직 사회적 경험이 일천 日淺하여 미숙 未熟한 것이 특징인 사람들입니다. 아직은 매사에 숙련공 熟練工이나 달인 達人이 되기 위해서는 더 익히고 배워야 하는 이들입니다. ‘젊은이들’의 경우는 미래와 가능성을 지닌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위의 세 종류의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고민이 많고, 아픔이 많은 이들입니다. 히브리인들이 ‘박후림’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이상은 높지만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그 꿈을 펼치기가 힘든 사람들입니다.

‘종들’은 누굽니까? 현대 사회에 노예 奴隸는 없습니다. 과거의 노예는 현대에 와서는, 형태를 달리 하여 착취 搾取를 당하고 있는 이들입니다. 히브리인들이 ‘아바딤’이라고 부르는 남자 종과 ‘슈팍호트’라고 부르는 여자 종은 사실 ‘노예 奴隸들’입니다. 사회적 신분 身分이랄 것이 없고, 자유가 없고, 그래서 자율적인 운신의 폭이 좁고 행동이 극도로 제한을 받는 이들입니다.

이상 네 종류의 사람들은 다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어떤 꾸물거림만 할 수 있을 뿐 하나님의 영 靈을 받아 어떤 능력 能力을 행할 것이라는 기대는 받지 못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당신의 영을 부어주실 때 그 사람들이 예언자들처럼 ‘꿈’과 ‘환상’을 통하여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고, 그 메시지를 선포하는 이들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하나님의 영을 받는 일에는 이처럼 남녀차별 男女差別이 없습니다. 아들도 받을 수 있고, 딸도 받을 수 있습니다. 신분차별 身分差別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자유인도 하나님의 영을 받을 수 있고, 노예도 하나님의 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대차별 世代差別도 없습니다. 어린아이도, 젊은이도, 노인들도 다함께 하나님의 영을 받아 예언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을 받음에 있어서는 사람 사이에 아무런 차이나 차별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부으시는 영을 받는 일은, 우리가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모든 피조물에게까지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은 짐승들에게도 부어집니다(시 104:24-30). 시편 104편의 의미를 보면, 식물 植物들이라고 예외이겠습니까? 무생물 無生物이라고 예외이겠습니까?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의 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들이 꿈을 꾸고 환상을 보고 하나님이 맡기신 메시지를 예언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감동적인 질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