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역설과 도치법으로 가득하다. 나는 대개 거꾸로 서서 높이보다는 오히려 깊이 속에서 영성을 찾는다. 나는 정보나 양적인 연구와는 상관없는 종교적 영성적 지성을 찾는다. 나는 영에 관한 예리한 실체적인 지성에 닿기까지 파고들기를 원한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에 대하여 똑똑해진다든가 우리가 알 만큼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은 환타지는 피하고 싶다. 나는 미스테리에 대하여 지성적이고 싶은 반면에 지나친 설명과 이론을 가지고 거기에 대하여 항변하고 싶지는 않다. 동시에 나는 마비된 정신과 과장된 마음을 가지고 낭만적 영성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도 원치 않는다.

아이러니컬한 바보스러움은 문자 그대로의 어리석음이 아니다. 그것은 뭔가 무한히 신비스러울 만큼 미묘한데, 마치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에 색깔을 입히는 안개 또는 환영과 같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 명료한 생각이나 좋은 판단과 양립할 수 있는데, 뭔가 다른 환영과 같은 현존에서부터 나오는것이다. 플라톤, 에라스무스, 융, 예이츠, 블레이크, 딕킨슨 그리고 노자처럼 바보 예찬론을 쓴 사람들은 모든 빛나는 사상가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전적으로 다른 종류의 지성을 의식하고 살았다.

영성의 요점은 이성과 자아의 한계를 깰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우리가 피안에서 찾는 것은 지혜가 아니라 공허다. 바보라는 말이 본디 바람 잔뜩 들어간 공이나 풀무를 뜻하였다.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은 효과적인 단어로 공두보(적진 내의 아군 비행장 또는 전선 공군기지) 라는 말을 쓴다. 자아의 피안에는 공기가 있는데, 이는 실존보다 한 수 앞서려는 노력 대신에 다시 한번 숨쉴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비슷하게 말하자면, 빙엔의 힐데가르트는 하나님의 숨결을 타는 깃털에 대하여 말한다.

나에게는 이렇게 공기와 공허에 대한 초보적 감상에 도달하는데 평생이 걸렸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논쟁과 예화는 마지막 페이지, 비어 있는 페이지를 가리킨다.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필요가 더 이상 없을 때 자아의 센스가 나타난다. 주어진 삶을 끌어안을 때 초월성이 와 닿는다.

Ⅰ. 비움(공허)

영성과 경건의 영역인 신성한 경내에 들어가는 데는 정신과 마음의 심오한 열림이 요청된다. 우리는 자신의 일정표를 포기하고 기꺼이 표징을 따라갈 뜻을 품은 채 우리의 무지를 의식하고 서게 된다. 이와 같은 초연의 태도가 없이는 당혹스러울 만큼 나이브하게 끝이 날지도 모르겠거니와 영성의 공통적인 함정 가운데 일부 즉, 맹목적 충성이나 도피적인 열광 때문에 그리고 지도자와 가르침을 초라하게 선택한 때문에 실족하게 된다.

수많은 이야기가 계몽을 찾아 나선 사람이 영웅심이 가득하여 엄청난 과제를 요구하는 것을 들려준다. 선사가 말하기를 잠시 정원에서 나와 더불어 수련하자 한다. 도교의 스승은 무위를 말한다. 예수는 중요한 모든 것을 포기하라 한다. 치료사로서 거듭거듭 관찰하건대 사람들은 올바른 선생, 탁월한 책, 완전한 공동체를 찾는다. 보통 그들의 야망 속에는 비움이 별로 없고, 성찰의 예지는 아예 없고 열광주의에서 또 다른 열광주의로 옮겨가면서 결국 아무 데도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비움에 대한 전통적 이미지를 가지고 이 책을 시작한다. 최근에 나는 미국 원주민 원로 한 사람이 이끄는 하지 의식에 참석하였다. 그는 예식 초반부에 삽 모양으로 묶은 깃털 한 단을 가지고 다른 지도자들과 군중 가운데 일부에게 다가갔다. 그는 각자에게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부정한 것을 모아서 예식용 삽에 담아가지고 땅바닥에 강력하게 흔들어 버렸다. 물론 우리는 늘 불완전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종교적인 자리에 들어갈 때 우리는 우리의 의도를 깨끗이 하려는 노력은 할 수 있다. 이는 예를 들자면, 의식을 행하러 거룩한 자리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성수에 손발을 씻든가 담그는 것처럼, 여러 전승 속에서 나타난 씻김 의식의 요점이다. 향은 공기를 바꾸고, 촛불은 주의력 집중의 초점을 맞추고, 작은 희생 제물은 의지를 맑게 한다. 우리는 비움으로써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의 신비적 시인, 헤라클리토스는 강물을 생명의 이미지로 남겨 주었다. ‘Panta rhei’하고 그가 말하였다. 모든 것은 흐른다. 아니면, 필경 모든 것은 강이다. 영적으로 되는 일이나 종교를 갖는 일은 비운 그리고 너그러운 이 흐름 속에 있는 것이다. 여로는 타로카드에 나오는 바보처럼 시작하는데, 어떤 버전에서 보면, 얼룩덜룩하거나 꾀죄죄하게 옷을 입고 곧장 무의 세계로 뛰어들 태세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초기 기독교 신학자 터툴리안은 “부조리하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라는 말로 유명하다. 나는 늘 그 언평에서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나는 아마 말을 바꾸어 표현했으면 한다. 즉, 나는 부조리를 믿고 신뢰한다. 어떤 종교적 성명도 정신을 꼬아서 매듭이 지도록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필경은 너무 합리적이고 선을 벗어난 것이다. 따라서 영성생활에 접근할 때는 이해심이나 명료성 없이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이 영역에서는 덜 확실하고, 중심적인 미스테리 경이를 억지로라도 느끼게 되고, 어떤 계획이나 목표도 없이 계속 움직여나가는 것이 적절한 것이다. 탐구의 목표와 과정 두 가지가 다 미스테리로 흠뻑 배어 있다.

이제 그가 생각하였다,
그들의 머리 위로 하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늘을 쳐다볼 수 있을 테니까.
세네카 창조 설화

1. 하늘에 난 구멍

생각은 사실로 채우고 삶은 사물로 채우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비움을 가꾸기가 어렵게 생각될 수 있다. 비움은 지성과 감성 양쪽에 똑같이 열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적 비움은 문자 그대로 무가 아니다. 그것은 비집착의 태도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의 관점에 매달리려는 유혹에 저항한다. 이런 종류의 비움은 확신은 있어도 결코 확실하지는 않은데, 우리에게 유연해지며 자기를 의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사람들이 비록 늘 실행하지는 못할지라도 모든 종교는 저마다 비움에 대한 상징으로 가득하다.

내가 로마에 가서 판테온 신전을 처음 보던 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시원하지만 축축한 공기 속에 서서 평평한 돌바닥 위로 140피트 솟아있는 신전 꼭대기에 ‘눈’이 있는 것을 보며 경탄하였다. 하드리안 황제가 오늘의 모습으로 되어 있는 건축에 책임이 있다. 전해오는 말은 그가 꼭대기에 난 구멍이 하늘을 드러내서 인간의 조건이 무한대의 우주에 노출되면서 동시에 신전 내부에 간직되는 것을 양쪽 가 드러내기를 원하였다. 나다니엘 호손은 그 돔에 난 구명을 두고 말하기를 ‘하늘 광채의 통로’라 하였다.

내가 지붕에 둥그렇게 열린 곳을 올려다볼 때 나는 종교의 의미에 대한 열쇠를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우리의 삶을 에워싸고 스며들고 그 중심에 있는 미스테리를 용감하게 열린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열쇠 말이다. 우리의 과학기술은 삶을 풀어야 할 문제로 접근한다. 종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 종교는 영원한 타당성을 미스테리에 부여하고, 그것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관상하고 존경을 표할 길을 찾는다. 과학이 인간의 지식에 난 구멍들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에 종교는 빈 공간들을 경축하고 모델로 삼고 이상으로 여긴다.

신전의 눈은, 하늘인 거룩한 눈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리의 지성 속에 있는 어떤 비움을 거울에 비치듯 반사시켜 준다. 그것이 없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왜냐하면, 미스테리는 종교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본질적인 요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이브하며 극단적인 믿음을 가지고 의미에 대한 불안을 덮을 듯이 가린다. 예를 들자면, 오늘날 시대정신에 묶여서, 사람들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하여 기도의 효험을 증명하려 애쓴다. 전통적 수도회는 그런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 무슨 일이든 간에 그들은 기도한다. 그들 증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전통과 그들 자신의 영성적 통찰을 경외하기 때문에 믿는다.

진정한 신앙은 궁극인 것에 대한 기본적인 무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종교는 우리가 그런 미스테리와의 관계 속에 있도록 돕는다. 이런 종류의 무지는 개인의 신앙에 따라 고요함을 안겨주기도 하고 또는 불안을 조성하기도 한다. 종종 사람들은 자기들이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이 비움을 채운다. 그들의 깨지기 쉬운 신앙은 자신들이 옳다고 귀에 거슬리게 주장하는 일이나 자신들의 견해를 남에게 강요하는 일에 의하여 마각이 드러난다. 그들은 종교를 정의하는 미스테리와 신뢰, 바로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판테온의 눈 밑에 서 있을 때, 나는 순간적으로 그 건물의 눈을 통하여 바깥 하늘을 향하여 내 눈에서 여러 갈래 선이 뻗어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내 자신의 눈은 이들 가운데서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나는 마이스터 에카르트의 저 유명한 말을 상기하였다. “내가 하나님을 보는 눈은 하나님이 나를 보시는 눈과 똑같은 눈이다.” 그리고 쿠사의 니콜라스가 한 말의 요점도 회상하였다. “그리스어로 theos라고 하는 하나님은 보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모든 것을 둘러보신다¹’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은 보이는 것이고, 보이는 것은 실존의 무게를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친구들과 공동체에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의미의 진공 상태에서 삶을 사는 것이 아님을 알기 위하여 절대적으로 보이는 것이 또한 필요하다. 우리는 우리의 신전의 눈과 하늘의 눈이 진짜라는 것을 알아야 할 뿐 아니라 우리를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보는 절대적인 눈과 관계를 맺는 가운데 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세련된 현대인들이 하늘을 들여다본다든가, 어떤 식으로든 천사들과 신성의 흔적을 바라본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