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캐자, 형!”
경완이가 말했다.
“감자? 감자가 어디 있는데?”
경일이가 말했다.
“아냐, 감자가 아니구 고구마, 고구마 말야.”
경완이가 어느새 연탄집게를 찾아 들고 나서며 말했다.
“아, 화단에 심은 것? 그게 알이 들었을까?”
경일이는 침대에 누운 채 동화책을 뒤적이며 말했다.
“관둬, 나 혼자 캘 테야. 감자 찌면 달라지 마 !”
경완이가 바구니를 찾으며 말했다.
“감자가 아니구 고구마야, 이 감자야 !”
경일이는 여전히 동화책만 뒤적거리고 있었다. 삼촌의 동화책이었다.
“내가 감자면 형은 고구마다 !”
경완이가 말했다.
“너희들 또 싸우니? 바구니 여기 있다. 고구마 캐서 내일 운동회에 쪄 가면 제격이겠구나.”
엄마가 말씀하셨다.
경완이는 바구니와 연탄집게를 들고 나왔다. 현관문 밖에 나서면 왼쪽 화단에 고구마 덩굴이 무성했다. 관리 사무실 아저씨가 현관 쪽으로 뻗어 나오는 덩굴을 몇 번인가 돌려놓는 것을 경완이는 보았다. 이파리들은 검푸른 빛이었다. 쓰레기장 옆이어서 흙이 건 모양이었다.
경완이는 어찌해야 할는지를 몰랐다. 바구니와 연탄집게를 든 채 그냥 우뚝 서 있었다.
“우선 덩굴을 걷어 내야 돼.”
놀랍게도 아파트 관리 사무실 아저씨가 등 뒤에 서 계셨다.
“내일 운동회에 고구마 쪄 가려구 그러지?”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네, 맞았어요. 어떻게 아셨죠?”
경완이가 말했다.
“어릴 때 경험이 있지, 시골에서 자랐거든.”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어서 캐요, 아저씨 !”
경완이가 말했다.
“그래, 덩굴을 잡아당겨 봐 !”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경완이는 덩굴을 모아 쥐었다. 그리고 잡아당겼다. 그런데 힘도 없이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