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오면 우리는 4.19를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을 기리고 경축합니다. 금년에는 부활절과 학생혁명을 기념하는 날 사이에 17대 총선거 날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날을 대하더라도 나날의 삶 속에서 소홀히 하고 지나던 뜻을 끌어안게 됩니다.

지난날의 기념일이나 축일을 맞으며 회상하는 것과 오늘의 중대한 사건을 보는 눈이 만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경험이라 할 것 입니다.

4.19의 전야제와도 같고 촉매제와도 같다고 할 일이 있습니다. 4.18저녁에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행진하며 외친 말입니다.

‘아는 바를 실천하라’ 이 땅의 정치인들을 포함한 모든 지성인들을 향한 무서운 충고이며 질타가 아닐 수 없습니다. 4.19학생혁명의 뜻이 담긴 절규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리는 뜻의 핵심은 해석학의 대가인 폴 리쾨르가 말하는 것처럼 “부활이 지닌 변화의 능력을 증언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평생토록 진리를 화육시키며 살았고, 그 삶의 기본인 섬김이 십자가에서 극치를 이루었고, 그 정신과 사랑의 힘이 죽음을 이기고 살아있음을 증언하는 것 입니다. 무릇 부활을 믿고 고백하는 사람은 행동하는 신앙과 영성으로 부활을 증언하는 것 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아는 바를 실천하라”는 뜻을 받들거나, 기독교 신자로서 “부활의 변화 능력을 증언하라” 뜻을 받들기로 말하자면, 그 것은 우리의 행동과 삶 속에서 하나로 융화되고 표현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나 부활을 증언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진리의 화신이요, 기독교적으로 말하자면 성육신의 삶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지식인의 책무는 사회와 역사 앞에 성실히 사는 것입니다. 신앙인의 소명은 하나님의 나라와 정의에 충실 하는 것입니다. 이를 20세기 영성가 헨리 나우엔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연의 소리와 하늘의 소리와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는 곧 자연과 역사, 사람과 사회가 어떻게 신음하는가 그 소리를 경청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성서 속에서 하나님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신음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는 것을 보고 들었을 때’ 해방의 역사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구원을 말하자면, 민중이 겪는 고통에서 나오는 신음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는 것을 이 땅의 지식인들과 신앙인들이 경청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듣고 깨우침과 깨달음이 있을 때, 오늘의 엑소더스가 실현됩니다.

누구나 자기 눈높이에 따라 사물을 보듯이, 경청하는 마음 또한 같은 수준에서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각자가 객관적인 시각을 갖으려 하며 모두를 생각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기로 하면, 오만과 편견을 떨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집니다. 그 때에 경청하는 마음은 맑은 눈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밝은 태도가 행동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는 좁은 소견으로 눈앞의 이익을 따지거나, 내 편 네 편을 가르기로 하다보면, 스스로 갈등을 못 이겨 나태해지거나 자기비하의 함정에 곧잘 빠지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깊은 숨을 쉬며 모두를 생각하고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으면, 3.1운동과 4.19혁명에서 드러낸 것처럼 세계를 놀라게 하는 선언과 혁명이 이루어지게 하는 저력을 나타내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역사가 지닌 세계사적인 의의도 되새겨 볼 만 합니다. 일제의 압박 속에서 의연하게 3.1독립선언을 한 기미독립운동은 전 세계의 약소민족들이 민족자결을 천명하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독재정권이 자행한 3.15 부정 선거를 이겨낸 4.19학생혁명이 1960년대 아시아에 끼친 영향과 함께 일본, 유럽, 미국 등지의 학생운동의 봉화불이 된 의미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한번 경청하는 마음으로 4.15총선이 우리에게나 전 세계에 큰 뜻을 심고 빛을 남기는 사건이 되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