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 유형이 에니어그램을 배우면서 자신의 성격 유형과 더불어 특징을 알게 되었을 때, 평소에 자신이 알게 모르게 얼마나 겉치레를 잘 하거나 잘난 체를 많이 했을까 생각하며 스스로 놀라게 된다. 그래서 보통 이런 느낌을 덮거나 피하려고 #3번 유형들이 자기 유형을 확인하기 꺼리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한번 확인하고 나면 평소에 자신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강하게 지니고 살아온 만큼 자기 대면을 과감하게 한다.

#3번 유형이 자신의 격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기만이다. 기피하려 하지만 지울 수 없이 따라 붙는다. 좀 더 부드러운 말로 표현되기를 바라는데, 그것이 바로 합리화시키거나 알리바이를 찾아 대는 것이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서 곡예를 하는 셈이다.

아주 어려서부터 엄마로부터 사랑도 많이 받고, 칭찬도 자주 들으면서 자신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며 자란 3번 유형은 스스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며 유지해 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하여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다보니까 남의 눈에 ‘잘난 체’ 하는 사람으로 비치게 된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그리 쉽지 않고, 오히려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이 언제나 큰 관심거리가 된다.

그러나 남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는 것이 겉모습을 가꾸거나 이미지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차게 생각하고 노력하며 사는 것임을 일찍이 깨닫고, 자신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믿게 될 때 3번 유형은 일찍부터 똑똑하고 능력이 있으면서도 신실한 사람으로 모두에게 인정된다.

더 이상 능률과 성공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면, 3번 유형은 말을 하면 설득력이 있고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면 능률과 성취가 뛰어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추진력이 높으면서도 진실하게 됨으로 그야말로 감동적이다.

이렇게 3번 유형이 건강하고 성숙하면 2번 날개를 활동적으로 쓰는 사람은 민감하며 감수성이 높은 반면에 4번 날개가 펼쳐진 사람은 직관력이 높게 나타난다. 여기에 비하여 평균 상태에 있으면, 보통 3번 유형이 2번 날개를 가진 사람은 매력적인 반면에 4번 날개를 가진 사람은 요구하는 게 많다. 더욱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미숙한 상태에 있을 때 3번 유형의 2번 날개는 악의적인 면이 자주 나타나는가 하면, 4번 날개는 잘난 체 하거나 겉치레를 잘 하는 쪽으로 나타난다.

이러 저러한 특성과 변화과정에서의 특징을 발견한 현재 시점에서 보면, 에니어그램을 알기 전, 그러니까 자기발견을 하기 이전에 자신에게서 나타났던 여러 측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자기 자신의 특성과 함께 기피하는 것과 격정, 함정과 변환/회개, 그리고 덕목을 발견하고 나면, 남은 과제는 변화 과정을 되짚어 보며 명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요컨대 자기 기억과 자기 관찰을 통하여 자기 수련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만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여기에 이르고 보면, 끊임없이 자기 기만과 자기 합리화가 걸림돌이 됨을 느끼는 만큼 극복하기 위하여 애쓰며 보다 더 신실해지려 하지만, 뭔가 벽에 부딪힌 느낌을 막연히 느낀다. 이때에 필요한 것이 바로 본능이 어떻게 작용하며 균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되는가를 살피게 된다.

기본적으로 에니어그램 수련에 있어서 인간의 조화로운 발달을 지향한다는 것을 원론적으로 알기는 하였으나 본능 자체 안에서도 불균형과 왜곡이 있는 것을 몰랐었기 때문에 그것이 암초가 되는 줄 몰랐던 것이다.

3번 유형은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이라 할 정도로 자아도취가 강하기 때문에 늘 ‘나 먼저’ Me first!를 내세우니까 자기 보존 본능이 강하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인정받는 것이 매우 중요한 까닭에 사회적 본능이 또한 강하다. 2번 날개가 활동적인 사람은 대체로 자기보존 본능과 함께 사회적 본능이 발달한 반면에 4번 날개가 펼쳐진 사람은 자기보존 본능과 함께 성적 본능이 발달되어 있다.

자기보존 본능이 일반적으로 자기 자신의 생존에 대한 욕망과 관심으로 나타나는데, 자신의 몸에 대해서나 자신의 세계에 대하여 일차적으로 생각하고 느끼거나 행동한다. 3번 유형에게는 이것이 자기 자신의 안정보장이나 보호와 보존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된다. 따라서 편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서 축적해야 되고, 모자람이나 희소한 것은 그 자체가 불안 요인이 된다.

어려서부터 가난을 기피했고, 설령 가난해도 부잣집 아이처럼 보이려 했던 마음이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하여 뭐든지 남보다 잘하는 쪽으로 노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일찍부터 지위나 돈이 중요한 것임을 알고, 돈이 있어야 안전하고, 성공한 것으로 되어 불안을 줄이는 방편이 된다. 그래서 ‘풍요가 곧 행복이다’라고 확신하기에 더 더욱 성공하고 성취하려 한다.

사회적 본능이 남에게나 더 큰 공동체, 즉 사회나 세계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급선무임을 늘 생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인정을 못 받게 되거나 배척당하는 것이 두렵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주 싫다. 언제나 그룹에 속해있는 소속감이 중요하고, 그 가운데서 실패하거나 열등하게 되는 것은 극도로 피하거나 두려워한다. 그래서 일 중독자 workaholics가 되기 쉽다.

특히 3번 유형에게서는 이것이 품위나 위신, 성취와 명예에 대한 관심으로 먼저 나타난다. 그래서 남들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는가가 중요하고 지위에 대한 의식이 강하다. 늘 중심에 서 있기를 원하고, 뭇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기를 바란다.

성적 본능은 친구든 애인이든 단짝을 찾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고 짝이 있어야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3번 유형에게서는 이것이 남성적인 역할에나 여성적인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로 나타난다. 남자면 남자다움, 여자면 여자다움이 돋보여야 하고, 늘 자신이 이상적인 사람으로 상대에게 비치거나 인정받고자 한다. 언제나 관심은 자기의 짝과 얼마나 친밀 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상대방의 기대에 맞춰서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하려 한다.

3번 유형의 성적 본능은 상대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자 애쓰게 만들고, 동시에 성적으로도 강하게 보이거나 인정받고자 한다. 그룹이나 공동체 안에서도 단짝에게 뿐 아니라 모두에게 성적으로 매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려 하며, 목표를 정하면 정복하는 것을 성공의 상징 또는 자존감의 표현으로 여길 만큼 중요하게 작용한다.

어떤 경우라도 3번 유형은 본능의 작용과 변화에 있어서 다른 유형과 차별성을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자기보존 본능이 강한 사람은 성적 본능이 그 다음으로 강하고 사회적 본능이 약하다. 사회적 본능이 강한 사람은 자기보존 본능이 강하고 성적 본능이 약하다. 그리고 성적 본능이 강하고 사회적 본능이 다음으로 강한 사람은 자기보존 본능이 약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3번 유형은 세 가지 본능 사이에서 자주 오가며 변동이 심하기가 십상이다. 따라서 자기기억과 자기관찰을 누구보다도 면밀히 하지 않으면 자기 발견도 쉽지 않고 자기 이해도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내면의 자신을 위해 노력하며 자기 기억과 자기 관찰을 충실히 함으로써 세 가지 가운데 약한 쪽을 확인하여 균형과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남달리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능력과 성실성이 멋지게 조화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