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 그룹의 계열사인 복지재단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가 중도에 사임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룹 측은 후임자 선임에서 그룹에서 일을 하던 사람을 앉히려는 시도를 강행했습니다. 다행스럽게 무산이 되었지만 이러한 모습은 사회 곳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한 복지재단에서도 ‘돈 나눠 주는 것이 무슨 전문성이 필요하냐?’라는 논리로 이른바 낙하산 인사를 시도했던 것입니다.

지난해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복지계 전체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 지방이양에 대해 강한 반발을 보였습니다. 올해도 이런 반대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반대의 사유가 지방자치단체의 전문성 결여를 들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는 전문적인 분야이고 무엇보다 사람을 대상으로 펼치는 일입니다. 때문에 더욱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경우 순환보직제에 의해 전문성이 전혀 없는 공무원들이 전문적인 영역인 사회복지 관련 정책을 만들고 집행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공무원들도 1-2년 있으면 다른 부처로 옮겨간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미신고시설’과 관련한 정책을 펼쳤던 부서의 담당자 모두가 팀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자리를 옮기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사회복지 정책의 지방이양은 이런 면에서 우려를 넘어 직접적인 사회복지 수혜계층들의 생존권과 관련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전문가가 포진하고 있다는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실태가 이 정도인데 지방자치단체로 가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할 정도입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보건복지 담당자가 관련 업무가 어떤 것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펼쳐지는 사회복지 정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때문에 사회복지계 전체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발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사회복지 분야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돈을 나눠주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아무나 하면 어떤가’라는 발상은 위험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우리 교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서 사회복지는 교회 사역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사역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많은 교회에서 사회봉사관을 건립하고 복지관을 위탁운영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을 운영함에 있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며 기관장을 목회자나 교회의 중직자들이 담당하는 일을 흔히 발견합니다. 물론 이들 가운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분들이라면 문제는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우리들의 의지와는 달리 정작 수혜자인 사회복지 수혜대상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대학의 사회복지 관련 학과에 목회자들이 많이 입학을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반교회에서 현실적으로 목회자가 사회복지를 전공한다고 하더라도 기관의 책임을 목회자가 맡기는 어려운 여건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른 중직자들이 맡게 됩니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교회는 많은 투자를 하고도 때로는 분규에 휘말리게 되기도 합니다.

지난해 모 교회가 운영하는 장애인복지관에서 인사와 관련해 큰 잡음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교회는 사회적으로 큰 불명예를 얻었고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장애인들은 원활한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아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비전문가인 모 교회의 장로가 복지관의 운영주체인 재단의 이사장에 임명되면서 관장과 사무국장을 해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비전문가가 이사장을 맡아 원칙에서 벗어난 인사를 단행했기에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사태가 초래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필연적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의 교회 안에도 전문가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발탁해서 일을 맡기면 됩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해서 제대로 된 전문적인 운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사회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고 결국 하나님 나라의 확장으로도 연결 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