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서 인물 살피기

모세에서 시작하여 바나바에 이르기까지 27인의 성서 인물을 에니어그램의 관점에서 개괄하였다. 위인열전에 나올법한 모세 같은 영웅도 살폈으나, 대조적으로 이방 여인 룻 같은 인물도 살폈다.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를 떠나 인성과 본성을 살피며, 각자가 격정을 어떻게 다루거나, 격정에 사로잡혀 살았는가 또는 덕목을 어떻게 살렸는가를 살피며 타산지석을 삼고자 하였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의 관점에서 보면 모세는 단연 빼어난 지도자요 영웅이었다. 그러나 자기 격정을 다스리지 못하여 약속의 땅, 가나안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고 들어가지 못한 채 안타까운 운명이 되고 말았다. 또한 절친의 상징으로 다윗과 요나단을 꼽는다. 출중한 임금으로 다윗은 역사에 이름을 남겼으나 인격과 영성의 차원에서 보자면 요나단만한 인물을 달리 찾아보기 어려움도 새롭게 발견하였다.

‘여자가 낳은 사람 가운데서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고 예수가 언급하였다. 그러나 정의에 대한 열정이 격정으로 나타나면서 세례자 요한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사람도 그보다는 크다’고 예수가 말씀하는 데서도 깊은 뜻을 되새기게 된다.

바울과 바나바의 선교 동지로서 빼어난 협력 관계를 우리 모두가 기억한다. 역사에 남긴 발자취와 이름은 바울이 더 출중하다. 그러나 바나바가 격정을 다스리고 덕목을 살린 면에서 더욱 빼어난 인물이었음을 확인하다. 위인열전에 오르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온전한 영성을 지니고 사는 것은 어떤 큰 일을 하느냐보다도 어떻게 격정을 다스리고 덕목을 살리느냐가 더욱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예를 들어, 모세, 세례자 요한, 그리고 바울 같은 에니어그램 1번 유형을 살피면, 똑똑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인물들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사회에 이바지하는 좋은 면이 있으나 분노의 격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며 자신의 덕목인 평정을 살리지 못하면 누가 봐도 안타까운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에니어그램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계적이며 동시에 통합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이해에 머물면 오히려 위험하다. 성서 인물을 에니어그램 영성의 관점에서, 모세를 예로 들자면, 그의 출생에서 임종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게 된다.

한 인물을 총체적으로 볼 때, 유아기 기원과 함께 격정이 어떻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는가, 그리고 그것이 삶 속에서 어떻게 다루어졌고 또 작용했는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성서 인물들의 아홉 가지 유형을 통틀어 살피는 것은 인간이해를 도모하고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과 같은 유형의 인물들을 살필 때에는, 자신의 격정을 어떻게 다루고 덕목을 어떻게 살리는가를 살피며 직접적인 교훈을 얻거나 또는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에니어그램에서 성격 유형을 발견하는 것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에니어그램을 ‘영속적 운동 permanent motion’이라 하는 것처럼 격정과 덕목은 서로 맞물려서 작용하며 삶에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격정이 크게 작용하며 치솟으면, 일그러진 모습이 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나 힘이 표출된다. 대조적으로 덕목을 살리면 자기의 베스트가 드러난다. 성서 인물과 자기 자신을 대비시켜 보는 것은 그래서 도움이 된다.

2. 자기관찰과 에니어그램 역동성

‘마음은 행동의 원천이요, 행동은 마음의 반영이다’ 이 영성의 격언은 성찰과 행동의 역학을 일깨워준다. 에니어그램 지식과 이해를 실천하며 살 때 에니어그램 수련 Enneagram Work이 이루어진다. 이론과 실제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된다. 이때에 가장 중요한 것이 ‘자기관찰 Self-observation’이다. 자기관찰을 수행하는 과정에 성서 인물을 살피면 도움이 된다. 지속적으로 자기관찰을 수행하려면 의식이 깨어있어야 한다. 격정을 의식하고 다루려면, 자기가 무엇을 기피하는지, 어떤 유혹을 강하게 느끼면서 격정에 사로잡히는지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과 느낌과 행동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지 또는 본능이 거기에 덧붙여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피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간단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 그래서 에니어그램 수련에 있어서는 그것이 어려울지라도 ‘필요한 고난 Necessary Suffering’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나아가서 ‘자발적 고난 Voluntary Suffering’으로 견디는 법을 배우고 익히라고 하는 것이다. 자기관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성서 인물을 관찰하면서 먼저 간접체험을 하고 교훈과 지혜를 얻으며, 다음 단계에서 자기관찰을 수행해 나갈 마음과 계기를 찾게 된다. 이를테면, 무대에 선 연주자나 과녁을 향하여 활시위를 당기는 궁사가 그 순간까지 쌓은 기량과 지식과 마음을 한 곳에 모으는 것처럼 자기관찰에 모든 에니어그램 지식과 이해와 마음이 모아지면서 집중되어야 가능한 법이다. 자기관찰을 수행함에 있어서 시행착오를 수없이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좌절할 수도 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때 타인 관찰이 도움이 된다.

나와 같은 유형의 다른 인물은 어찌 했던가? 문헌 자료에서는 어찌 서술하고 있는가? 연극, 영화 또는 소설 속의 인물을 살필 수도 있다. 에니어그램 분석 자료가 있으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에 시도한 것처럼 성서 인물을 에니어그램으로 분석한 자료를 참고하면, 반드시 롤 모델이라 생각하지 않아도 자기관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자기관찰에 있어서 변화과정을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기를 객관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자기의 변화과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쉽지 않다. 발달이나 변화의 과정이 연속태 Continuum로 나타나기 때문에 평면적이나 정태적 Static일 수도 없다. 그런 만큼 자기기억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에 묶이거나 한 시점에 고착되면 안 된다. 자기관찰과 자기기억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역동적으로 살아나야 한다. 자기와 같은 성서 인물, 그 중에서도 더 집중할 수 있는 인물의 변화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나서, 자기 자신의 변화과정을 ‘현재’ 속에서 떠올리고 자기관찰을 시도한다. 이때에 격정과 덕목의 함수관계가 개연성이나 가능성으로서 바로 ‘지금 여기서’ 나의 현실로 인식되고 관찰 대상이 된다. ‘요나는 어디에나 있다 Jeder ist Jona!’라는 말이 있다. 예언자도 격정에 사로잡히면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아집과 독선에 빠져 고집불통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격정에 사로잡히면 누구라도 요나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격정에서 변화하여 덕목을 살리게 되면 소문난 여자였던 막달라 마리아가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는 복 있는 여인이 되었다.

요컨대 성서 속에서 펼쳐지는 대하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처럼 에니어그램 운동으로서 역동성을 드러낸다. 정사진을 보듯이 어느 한 두 장면을 정지 상태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보듯이 연속태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각자의 격정에 초점을 맞춰보면서 격정에 사로잡히는가, 사로잡는가를 살피며 자기 격정을 관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