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에니어그램의 다섯 번째 유형은 8번 날개와 자기보존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이다. 이 유형은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주위환경으로부터 억압당하는 것과 같은 경험을 상대적으로 약하게 경험하였다. 부모님간의 갈등이 큰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부모님이 자신에게 만큼은 잘해주었다는 기억이 강하게 인식되어 긍정적인 돌봄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착하고 순응적인 아이였으나 때로 고집이 세고 부모님께 분노를 표현하기도 하며, 대, 소변 가리기에서 또래들보다 늦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내면의 갈등과 감정을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 또한 이 유형의 특징인데, 성장하면서 자기성찰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떠올리거나 간접적으로 공감해봄으로써 자신을 만나는 유형이다. 이렇게 어렵게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이유는 이들이 자신의 감정에 다가가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어떤 갈등 상황에서 자신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 느낌도 없었던 것처럼 느끼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도 간단명료하고 반응이 빠르다. ‘복잡하게 생각하는 거 싫어해요.’라고 말하며, 단호한 인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자신의 감정에 다가가지 못하고 자신을 대면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은 9번 유형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8번 날개와 자기보존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은 다른 하위유형들보다 그 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무심하고, 그 무심함은 습관화되어 버렸고, 때로는 무심함을 넘어 냉담하기 까지 하다. 따라서 내적 갈등도 강하게 회피한다. 자신의 불편한 감정에 직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마저도 의식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며 도망쳐 버린다. 이들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고통스러운 감정을 참는다. 참는 것이 나서서 싸우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이라고 여긴다. 의미 있는 관계의 사람들과의 갈등이 일어나면 자기비하는 극대화되어, ‘내가 좀 더 잘하지 못해서 그런다’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사라져 버렸으면 하고 자기비하에 빠진다. 급기야 모든 것을 잊고 해야 할 일은 최대한 연기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러한 심리적인 역동은 자기직면을 더 어렵게 만들고 점차 통합으로 가는 길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9번 유형의 불건강한 속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유형이 바로 8번 날개와 자기보존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인 것이다.

이 유형을 탐닉형으로 이름을 붙였는데 이유는 갈등회피정도가 강하며 안락함을 추구하는 유형이며, 그 안락함 속에서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해 탐닉하기 때문이다. 나란호는 자기보존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의 이름을 식욕으로 명명하였다. 신체적인 욕구를 만족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8번 날개와 자기보존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먹거나 자거나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때로는 자위행위와 같은 성적인 욕구 만족에 에너지를 쓰며 자신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게을리 하며, 자신에게 편안함을 주는 행동을 한다. 이러한 회피나 나태의 행동들은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나 직면으로부터의 도피이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대한 허전함, 직면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나태가 나타나는 것이다.

8번 날개와 자기보존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은 자기직면과 분화에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수동성과 상호 의존, 도망감의 전략과 같은 후퇴하는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하며, 자기를 수용하고 전진하는 전략들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역동은 자기 실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방어적인 행동으로 표현되고, 갈등상황에서 죄책감을 증가시킨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관계가 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무의식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불건강한 상태가 지속될 때 이들은 무력감과 자포자기를 경험하게 된다. 또는 반대의 성향으로 보여 지는 멈출 수 없는 분노 폭발이 나타나기도 한다.

8번 날개와 자기보존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의 분노는 자신에게 혹은 타인을 향해서 나타나는 데 타인을 향한 분노폭발은 일생을 통해 한두 번으로 제한적이다. 참는 것에 익숙한 이들은 불편한 감정을 참고 참다가 마침내 자신도 통제 불가능한 멈출 수 없을 정도의 분노를 폭발시켜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 의 내면 속에 괴물이 하나 살고 있다 라고 느끼기도 한다.

8번 날개와 자기보존 본능이 발달한 9번 유형이 통합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솔직해 질 수 있는 심리적인 힘과 여건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자신을 직면하고 자신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적인 성장상담과 같이 성장을 꾀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혹은 자기 내면의 문제에 다가설 수 있는 자신감, 자존감 강화 프로그램 등이 실제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다. 통합의 방향을 잡기는 어려우나, 방향이 정해지면 자신이 성장해야할 방향을 향해 소극적이지만 꾸준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



54에니어그램 연재를 중단하며...

54에니어그램의 연재를 시작할 때 1년을 계획하고 글을 싣기 시작하였습니다. 굳은 의지를 다잡아가며 시작을 하였으나 당장에 해결해야할 많은 일에 떠밀려 매달 연재 글을 올리는 것이 너무 큰 부담이 되어버렸습니다. 54에니어그램은 그동안 축적된 연구의 결과들을 정리하는 것이어서 신중한 고민과 집중력이 필요한 일인데, 그러한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어려운 여건임을 알면서도 지속하는 것은 글을 쓰는 저에게나 독자에게나 모두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연재 글을 중단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러나 이 연구 작업은 계속되고 있으므로 좀 더 여유가 생겨 정리되는 자료가 축적되면 조심스럽게 연재를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54에니어그램을 의미 있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전하며, 54에니어그램으로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니어그램 격언

수련 인성을 위하여 : 늘 깨어 있으라 기계적 삶에 저항하며 살기 위하여 수련하는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정진, 또 정진! 명상 64 “ETHOS ANTHROPOI DAIMON” “사람의 성격이 운명이다. - Heracli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