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슬플 땐 웃어요

엄마가 아빠와 싸우고 집을 나간지도 2년이 지났다.
나는 일곱 살, 언니는 열 살이 되었다.
어느 날 저녁이었다.
“애들아 인사드려라.”
아빠는 모르는 아줌마를 집으로 데려왔다.
“새엄마시다.”
“…….”
나는 그 아줌마가 낯설고 무서웠다. 그래도 아빠가 엄마라고 부르라고 하니까 엄마라고 불렀다.
언니는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또렷한데 아줌마에게 엄마라고 부르라니까 그럴 수밖에.
새 엄마가 들어오고부터 언니는 식구들하고 말을 안했다. 주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나는 어린 나이에 엄마와 헤어져 그런지 엄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 엄마사진이라도 있으면 볼 수 있을 텐데 아빠가 다 찢어버렸다. 엄마가 집을 나가던 날 한 장도 남기지 않고 북북 찢어서 불에 태웠다.
아빠와 새엄마는 사이가 참 좋아보였다. 식사 때마다 마주 앉아 웃으면서 밥을 먹었다. 아빠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낯설었다. 어떻게 우리엄마와 살던 집에서 다른 아줌마와 함께 저리 정답게 지낼 수 있을까?
하지만 새엄마와 사이좋게 지내는 날도 얼마가지 못했다. 아빠와 새엄마는 가끔 싸움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큰소리로 떠들고 싸움을 했다. 그럴 때마다 나와 언니는 방안에서 꼼짝 안 하고 투명인간처럼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새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집을 나간 거다.
우리들에겐 잘 된 일이었다. 그런데 아빠에게는 무척 괴로운 일인가 보다. 아빠는 저녁마다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그래도 아빠는 아침이면 일을 나가셨다.

계란이 왔어요
계란이 왔어요
방글방글 웃는 계란이 왔어요
빨리빨리 나오세요

아빠 트럭에선 항상 방글방글 웃는 계란 멘트가 나온다.
멀리 있어도 계란 멘트가 들리면 우리 아빠다.
“이선아! 밥 먹자.”
아빠가 일을 나가면 언니는 밥을 챙겨주었다 .
언니는 빨래도 하고 청소도 했다. 나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그네도 밀어주고 시소도 같이 탔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더니 지선이가 동생도 잘 보살피고 살림도 곧잘 하네.”
이웃에 사는 작은 고모가 말했다.
고모는 멸치볶음이나 어묵조림 같은 밑반찬을 가끔 해다 주신다.
“인정머리 없는 여편네 같으니, 저것들 눈에 밟혀 어찌 사누?”
고모는 가끔 혼자 말처럼 엄마 흉을 보곤 했다.
나는 엄마 욕을 하는 고모가 싫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다. 입학식날 다른 아이들은 엄마손을 잡고 학교에 왔다. 나는 고모와 함께 갔다.
“너희들 공부방에 다닐래?”
밑반찬을 가지고 온 고모가 말했다.
‘공부방?’
처음 듣는 말에 공부방이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다.
“공부방은 아이들을 집처럼 보살펴주는 곳이래.”
고모는 공부방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해주었다.
거기에 가면 공부는 물론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하고 맛있는 간식에다 저녁까지 준다고 했다. 언니와 내가 학교에서 돌아와 둘이 집에 있지 않아도 되고 밥을 챙겨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공부방에 다니게 되었다. 옛날엔 공부방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지역아동센터라고 부르고 있다.
센터에는 내 또래 아이들도 있고 언니 오빠 동생들도 많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