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시대에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밝은 마음을 지녔던 여선지자 훌다를 생각나게 하는 동역자 박은미 목사의 「아빌라의 테레사의 사랑의 영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신학적 관심은 올바른 기독교 영성신학을 건설하는데, 특히 한국교회의 영성 회복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자신의 신학적 대화의 파트너로 아빌라의 테레사를 택하고 결론부에 이르러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성도는 사랑의 하나님 자신을 통째로 받은 자이고, 사랑의 갈망으로 가득한 자신을 통째로 바친 자이다. 관상 속에는 음양론적인 구별과 통합이 있다. … 하나님에게서 한없는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내어주고 나누어주는 것은 참으로 신명나는 삶이다. … 그러므로 기독교 영성은 이 세계에 대하여 책임적인 사랑의 실천이 된다. 빛이신 분에게서 빛을 받은 자들은 선행을 통해 온 세상을 향해 사랑의 빛을 비추어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의 불씨를 받은 자들은 그 불씨를 소중히 간직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 불씨를 전해야 한다. 지속적인 사랑의 음양적 순환이 있어야 한다. (박은미,「아빌라의 테레사의 사랑의 영성」2020, 178).

저자는 테레사의 영성신학이나 기독교의 영성신학의 핵심은 음양 통합적 사랑 사상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의미하는 음 陰)과 양 陽은 존재의 모든 관계에 작동하는 힘의 두 측면으로 수용 受容하는 힘과 수여 授與하는 힘, 곧 수수 收受의 힘을 의미합니다. 저자에게 있어서 모든 존재는 이 힘을 지닌 음양적 陰陽的 존재입니다. 여기서 모든 존재의 질서와 등차가 발생하고 모든 피조물에게는 창조주를 향해 더 나아감을 위하여 불꽃같은 초월적 열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2부 1장에서 아빌라의 테레사의 영성신학이 가지고 있는 '음양 통합성'을 주장합니다. 저자와 테레사에게 있어서 기독교 영성의 본질은 사랑이며, 사랑의 최종 목적은 창조주와의 합일이고, 합일을 이루려면 상호 수수적 관계의 모든 존재는 음양적 존재이어야 하고 따라서 하나님도 음양적 존재이십니다. 테레사는 우리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이 두 가지를 철저히 지킬 때 하나님과 합일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절대자와의 합일에 이웃 사랑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는 테레사의 합일 사상이 결코 배타적으로 치우친 신비사상이 아니라는 것과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상임을 말해줍니다.

저자는 3부 1장에서 테레사의 음양 통합적 영성신학의 '기독교성'을 사도들의 증언, 바울사상, 그리고 우리의 예배 경험과의 부합성을 물으며 검증합니다. 사도들의 핵심 증언인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 바울의 핵심 기독론인 철저히 낮아짐과 자기 비움과 십자가와 고난의 그리스도론, 예배의 핵심요소인 성만찬과 성도들의 감사의 고백, 찬양, 기도 등 이 모두는 테레사의 영성신학의 핵심 요소인 탁월한 음양적 사건입니다. 따라서 테레사의 음양적 사랑의 영성신학은 기독교적 적합성을 갖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어서 2장에서 테레사의 음양 통합적 사랑의 영성신학이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과 이성에 비추어 신뢰성이 있는 사상인가를 자문하고 자답합니다.

저자는 오늘에 이르러 동서양의 사상적 융합이 일어나며 음양론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사유가 서구 세계, 특히 현대 물리학계와 과정신학계에서 활발히 수용되는 점과 인간의 일상의 삶, 곧 호흡을 비롯하여 가정과 사회적 모든 관계, 생태계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음성과 양성의 구별성과 상호 조화 및 통합이 관찰되고 또 요청된다는 점에서 아빌라의 테레사의 음양 통합적 사랑의 영성신학의 신뢰성을 확신합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외면적 번영을 이루었지만 영적 공허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여수룬이 기름지매 발로 찼도다 네가 살찌고 비대하고 윤택하며 자기를 지으신 하나님을 버리고 자기를 구원하신 반석을 업신여겼도다”(신32:15). 하나님과 이웃 사랑의 음양적 합일성과 역동성을 잃어버린 한국교회가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교회가 되고,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하여 한국 기독교 영성의 뿌리가 성경적이며 기독론적이고, 교회론적이며 목회적으로 올바르게 형성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은 아빌라의 테레사와 기독교의 영성신학을 음양론의 관점에서 해석함으로 기독교의 계시적 사랑의 역동성과 사랑의 최종 목적인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의 합일을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양의 사유를 신학화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검증하는 글쓰기도 참 좋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목회 현장에서, 신학 강단에서 교회가 교회 되고,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 되는 길을 묻고 기도하는 목회자와 신학자와 신학도들에게, 또한 영성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안내자가 될 것입니다.

「아빌라의 테레사의 사랑의 영성」
박은미 지음, 서울:CLC,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