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는 그들에게 "나는 내 눈으로 그의 손에 있는 못자국을 보고, 내 손가락을 그 못자국에 넣어 보고, 또 내 손을 그의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요20:25)

도마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부활하신 예수를 보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동료들의 증언이 너무 놀라웠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진실을 알고자 하는 열정 때문이었을까요? 그는 동료들의 증언에 대해 분명한 이해를 원합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단순히 의심 많은 회의론자로 도마를 말하는 것은 바른 평가는 아닐 듯합니다. 회의론자들에게 기적을 목도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며, 비현실적인 것이기에, ‘두려운 일’입니다. 회의론자들은 의심 자체에 머무르고자 할뿐 진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회의론자들과 그들을 이용하고 기생하는 어둠의 세력들이 있습니다. 이들로부터 시작된 음모론이 마치 사실인 양 언론의 세탁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기도 합니다.

세월호 가족에 대한 비난과 모욕을 보십시오. 그들은 결코 진실을 알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무조건적인 의심과 비난으로 무장되어 있을 뿐입니다. 단식하는 유족들 앞에서 음식을 시켜 먹고, 가슴에 묻은 자식들을 ‘시체 팔이’라고 비난하며 모독했습니다. 5.18 광주민주항쟁이 40주년을 맞이합니다만, 아직도 책임자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간첩 개입설을 말하고 민주화유공자 명단을 갖고 광주항쟁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성찰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정의와 진실에 입각한 역사적 청산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아니 진실을 감추려합니다. 의심과 비난이 그들의 자양분이기 때문입니다.

도마는 결코 회의론자가 아니었습니다.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 진리를 갈망하며 자신의 상식을 깨뜨려 버릴 용기까지 가진 사람입니다. 후에 그가 멀리 인도에 복음을 전한 사도가 되었다는 것은 이런 그의 진리를 향한 영적 갈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진리를 갈망하는 그의 목마름이 결국 부활하신 예수에게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수가성 우물가의 목마른 여인처럼 말입니다. 이성을 계시의 중요한 통로로 보았던 개혁가들의 신앙처럼, 도마는 자신의 이성을 통해 그가 원했던 길을 찾았고 그의 주님을 발견합니다.

코로나19는 온 인류에게 커다란 과제를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길을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물음을 가져야 하는 걸까요? 먼저 이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을 붙들고 있는 마음은 두려움입니까, 기쁨입니까?” 이 시국에서 ‘기쁨’을 말하는 것은 매우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의 죽음에서부터 제자들은 진정한 기쁨을 만났고, 평화를 얻었습니다. 죽음을 부정하기 위해 객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이기는 평안함, 하나님 형상을 지닌 생명의 소중함, 참 나를 발견하는 삶과 존재를 묻는 근본적인 질문, 길을 찾는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닙니다. 두려움, 근심, 걱정, 염려, 이 모든 것은 부활의 주님을 만나지 못한 회의론자의 몫입니다. 부활의 증인들은 죽음의 세력에 붙들리지 않고 진리를 얻는 기쁨으로 나아갑니다. 온 세계가 어둠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매지만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분을 목도한 그리스도인들은 기쁨으로 길을 밝혀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사랑의 거리두기’로 승화했듯이,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는 자유’로 나아가야 합니다. 욕망을 실현하는 자유가 아니라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자유를 실천할 때입니다. 함으로써 얻는 것에서부터 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한 단계 높은 무위 無爲로 나아가야합니다. 집에 머물러 있어 자유를 빼앗기고 불행한 것이 아니라, 집에 머물러 있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충만하며, 이미 여기에 길이 있었음을 아는 것이지요. 환경은 결코 우리를 가두지 못합니다. 사막의 은둔 수사들은 그 좁은 동굴 속에서도 완전한 자유를 얻었습니다.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코로나19가 어둠이라면, 우리는 빛입니다. 의심과 걱정 속에서 잊고 살았던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빛나는 축복이었는지! 내가 매일 만나던 그대들이 얼마나 큰 선물이었는지! 매일 스치듯 지나치던 사람들, 길거리의 소음들, 가로수들과 그 길을 걷던 시간들, 나의 일들과 친구들, 모두 찬란한 시간들이었음을,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삶이 준 선물이었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나님!” 외치던 도마의 탄성이 여러분에게도 넘쳐나기를! 여러분에게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