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운동을 시작한지도 어언 30여년. 너무나 막연한 일이라, 잘 되어지고 있는지. 아닌지도 가늠하지 못한 채 그냥 최선을 다 한다는 생각으로만 살아왔다.

후원금을 걷으려고 해도 그것, 뭐 하는 곳인데? 라고 말하면 굳이 대답할 정답도 없었다. 하느님나라 형성, 공동체를 이루는 것? 교육을 주로 하는 일이라 사람들의 인식에는 기준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곳, 저곳에서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 보여진다.

맨 처음 공동체 성서연구를 시작한 목사팀은 수원공동체이다. 박희영 목사(고등교회)를 중심으로 모였었는데 지금은 제주도, 울산, 강원도, 경기도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각각 그곳에서도 공동체를 이루어 매주 한번씩 성서연구를 하고 있다.

햇순 편집위원팀이 울산과 강원도 삼척에 다녀왔다. 울산의 허성환 목사는 울산은 물론 부산지역 목회자들까지도 함께 하며 서로를 돕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특히 강원도 삼척에서는 고등교회에서 ‘다솜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자그마한 수련장을 교인들이 몸소 지어 놓았다. 조금은 느슨하게 살자고 해뜰 때 일어나고, 해질 때 잔다는 규칙을 써 놓은 것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곳에는 고등교회의 김점옥 집사 내외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도시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것이 쉽지가 않았겠지만 쌀을 위시해서 까만 콩, 좁쌀, 동부, 옥수수, 고추, 감자, 마늘, 깨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낯모르는 동네에 들어가 지금은 의젓한 공동체인이 되어 그곳 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처음에 어떤 사람은 도시에서 이사 온 사람이라고 무시하며 매일 저녁 마다 술을 먹고 와서 큰 소리를 지르다 못해 남편을 넘어뜨려 이마에 피까지 낫다고 한다. 참다못해 어느 날 김집사가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살면 안 됩니다.” 하고는 벽에다 딱 붙여 버렸단다. 그때부터는 그 사람이 함부로 하지도 않거니와 김집사 내외를 형님댁 받들 듯이 지낸다고 한다. 김집사는 음식을 하는 것마다 그 사람 집과 나눠 먹고, 남편에게 눌려 사는 부인의 의식을 깨워 관계 속의 정의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며 아이들에게도 사랑을 베풀며 살고 있다.

농촌에는 도시에서 실패한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부인과 떨어져 살면서 혼자있는 이들에게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을 한다. 김집사에게는 세상 모든 먹거리가 그의 소재이다. 산나물, 바다생선, 밭작물 할 것 없이 그의 손에 들어가면 맛있는 음식이 되어 나온다.

뚝배기에 끓여 나오는 청국장, 커다란 밀가루 피에 담긴 만두, 구수하다 못해 달기까지 한 누룽밥, 이리 씹어도, 저리 씹어도 맛이 나는 총각무! 한 상 차려놓고 밥을 대접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오천명을 먹이신 오병이어의 느낌이 들었다.

그 집 바로 옆에 있는 마을회관을 이용하여 동네사람들이 문화활동을 할 수 있게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농한기에도 그냥 지내는 시간이 없게 한다. 특별히 동네 음악회까지 열고 있다. 수원 YWCA 간사였던 황정선씨 내외가 같이 살고 농사도 같이 지으며 모든 활동을 함께 의논한다. 성악가인 황간사 남편이 음악회 때 독창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울에 있는 친구들까지 불러와서 작은음악회를 해마다 열고 있다. 그런 문화생활을 접해보지 못하던 농민들은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어떤 때는 각자 자기 집에서 농사지은 물건들을 내어 놓아 바자회를 열어 거기에서 번 돈은 동네 청년들의 장학금에 보태어 주기도 한단다. 그리고 군내의 복지금을 타내어 동네 여성들이 다른 곳에 가서 여러 가지 배워 올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런 것 모두가 박희영 목사님과 공동체 성서연구의 김영운 목사님에게서 배운 생활입니다.” 라고 고백하는 말을 들으며 ‘아, 이런 것이 공동체 운동의 결과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동체 운동을 하는 모든 식구들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음을 전국에 다니며 보지 않아도 알게 된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것 같으나 너무나 크게 나타나는 것을 보며 하느님께서 하시는 놀라운 일을 우리가 보게 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