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동을 둔 부모의 마음 중에 가장 힘든 시기가 일년 중 신학기가 시작하는 2월 말이다. 해마다 부모들은 흔히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이 시기에 긴장된 속에서 하루 하루 속을 태우며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장애아동들이 특수학교에 다녔지만 요즘은 통합교육의 중요성으로 인해 대부분 일반학교에 다니게 된다. 특수학교의 경우 모든 교사가 장애아동에 관한한 전문가인 특수교사들이지만 일반학교는 대부분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그중에 경험이 있는 교사의 배치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들은 신년에 장애아동을 잘 아는 교사를 담임으로 맞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마음 때문에 엄마들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집에서 열성을 다해 각종 치료교육을 시켰는데 만에 하나 장애아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담임교사를 만날 경우 하루아침에 공든탑이 무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교사를 배출하는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의 과정에 장애아동과 관련한 전공 필수과목은 없다고 한다. 이들이 교육 현장에 나와서 장애아동의 담임을 맡을 경우 난감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장애아동들은 일반학교에서 비장애아동들과 같이 학급편성을 받아 공부를 하고 몇 시간만 장애아동들이 함께 특수교사의 지도로 수업을 받게 된다. 모두가 일반 학급에 편성되기 때문에 앞으로 대부분의 교사들은 장애아동의 담임교사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 아직도 우리의 교육현실은 이들을 배려하고 있지 않다.

해마다 이런 마음 졸임 속에 살아가는 부모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 자리는 그야말로 희비가 교차하는 견디기 힘든 자리다. 그래도 요즘 젊은 교사들은 나름대로 장애아동의 담임교사가 되면 스스로 공부를 하며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부의 교사들은 ‘재수 없어 걸렸다’는 생각으로 한 해를 탈 없이 보내기만을 주력한다. 그러다보니 그런 교사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관리의 대상이지 교육의 대상은 아닌 것이다. 그저 조용히 사고치지 않고 있으면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관리의 대상으로 전락한 아이들은 성격은 물론이고 그동안 어렵게 가르친 교육의 효과들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게 한다. 발달장애 아이들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교육을 하게 되면 최소한 주변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생활은 가능하다. 그러나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들은 정부 공교육의 치료교육 부재로 이중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요즘 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한 치료교육은 많이 발전되었다. 언어치료, 미술치료, 음악치료, 놀이치료 등등 각종 치료교육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단 발달장애아동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치료의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과외와 같은 것으로 평가되어 의료보험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인 문제가 대두된다. 치료교육 한 번 받는데 30분 기준으로 회당 복지관의 경우 1만원정도, 사설은 3만원 정도를 받는다. 일주일에 2번을 받게 되면 사설기관에서는 한달에 거의 2,30만원이다. 이러한 과목을 최소한 2, 3과목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50에서 70만원 정도의 부담을 해야 한다.

복지관의 경우 저렴하지만 이용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보통 2년 정도 대기를 했다가 1년을 교육받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미인가 사설기관이 난립하고 비전공자들에 의해 우리의 아이들이 맡겨진다.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발달장애 아동들을 둔 부모들은 정부와 사회를 원망한다. 자신의 선택으로 장애아이를 낳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정부에 분노하는 것이다. 이들의 고통, 이들의 한에 우리 모두가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