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말씀이 살아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성경말씀을 많이 읽었지만 오늘과 같은 시각으로는 보지 못했더랬어요.” “부름 받은 여성으로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데, 이렇게 공동체로 모여 보니 참으로 든든합니다.” 여신학자협의회의 공동체성서연구반에서 나눈 말들이다.

여성목사의 안수가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목사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여성목사들이 자기의 달란트를 발휘할 기회는 아직도 많지 않다. 그동안 여성들은 사회에서나 교회에서 여러가지 모양으로 투쟁을 하였고, 일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력을 키우고, 성서를 연구하고, 깊은 영성을 지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

여성들끼리 연대감을 키우면서 남성들과도 함께할 준비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매주 월요일 마다 ‘공동체성서연구’를 하기 위해 모이고 있다. 장로교, 감리교 등... 교단의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가 모두 한 상에 둘러앉았다.

저녁 6시가 되면 이곳저곳에서 왕십리에 있는 노블리안 오피스텔로 모인다. 여신협회원인 최경원씨가 제공해 준 곳이다. 나는 회원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재미로 살고 있다. 호박, 두부 등을 썰어 넣고 된장이나 청국장을 끓이기도 하고, 고등어를 굽기도 한다. 봄동을 무쳐내면 모두들 맛있다고 난리다. 어떤 때는 쌀밥을, 어떤 때는 잡곡밥을 한다. 보름날에는 찹쌀까지 넣은 오곡밥을 하였고, 하루 종일 볶아낸 나물은 우리에게 충분히 행복감을 주고 있다.

6시에서 7시까지는 밥을 먹고 7시부터는 말씀을 먹는다. 성격이 다르고 시각이 다른 것도 재미있는 일인데 나이의 세대까지 다른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더욱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어떤 때는 10시가 되어도 끝나지가 않는다. 이런 장소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모임을 할 수 있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여신협 목사님. 연변에서 온 y 회원들, 여수에서 올라오는 y-teen 회원 등, 여러 사람들이 자고 가기도 한다. 이런 멋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생각만 하여도 기분이 좋다.

나는 어릴 때부터 우리 집에는 늘 우리 식구 아닌 다른 사람들로 붐볐다. 내가 집을 지니는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집에서 기도모임도 하고, 성서연구도 하였다. 24평짜리 작은 집에 살 때도, 100평이 넘는 큰집에 살 때도 모였다. 그것은 어릴 때 부모님들이 그렇게 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모임을 할 수 있는 곳이 ‘복된 장소’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소를 다른 사람들이 쓸 수 있도록 내어놓는 복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는 부모님들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그 복을 이어서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장소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쓰자고 내어 놓으면,우리나라의 교회나 사회가 점점 더 풍성해지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진다면 그곳이 바로 천당일 것이다.

며칠 전에 정선에 있는 메첼에 갔다. 인도네시아에서 목사님이 오셨기에 눈이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에게 눈을 보여주고 싶었다. 돈연과 도완녀 선생은 우리들을 맛있는 음식과 멋있는 음악으로 맞아주었다. 그리고는 기막힌 이야기까지 들려주었다. 된장을 열심히 팔아 돈을 벌어서 ‘영성센터’를 지어 우리들이 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것이다. ‘복된 장소’가 거기에도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