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다. 2011년 새해 계획을 반도 실천하지 못한 채 벌써 연말이 되어버렸다. 다시 또 한 해를 넘겨야 실천이 될까?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으로 몇 해째 계속 이어가는 new year’s re- solution 들이 있다. 올해도 실패한 계획들 중엔 눈에 띄게 성공하지 못한 다이어트 계획도 있고, 나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내 마음속 계획 같은 것도 있는데, 그래도 이 중 가장 아쉬운 것은 나만의 ‘꿈’을 꾸는 일이다. 회사 면접에서 흔히 물어보는 “10년 후 당신의 모습은 어떨 것 같습니까?”와 같은 질문의 답이 될 만한 그런 내 인생에서 ‘내’가 중심이 되는 그런 꿈 말이다.

네 살짜리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 정치인을 꿈꾸는 남자의 아내로 살면서 어떻게 보면 이런 꿈을 갖는 것은 사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한 여자의 꿈과 육아와 내조를 겸해야 하는 삶이 동행할 수 있는지 그것도 의문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더 이상 꿈을 꾸고 있지 않은 내 자신을 발견했다. 어느새 나는 내 남편의 꿈을, 내 아이의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데, 더 슬픈 현실은 내 주변의 많은 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다들 그렇기 때문에 놀라운 일도 아니라는 거다. 요즘 자신의 커리어도 지키면서 육아를 하는 여자를 ‘슈퍼맘’이라고 부른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커리어가 그 여자의 ‘꿈’인지 단지 ‘생계 수단’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 아닌가. 학생 때만 해도 참 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언제 그 ‘꿈’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나에게 생소한 단어가 되었는지 너무 안타깝다.

내가 그나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내가 다니는 교회에서 목사님이 몇 달째 ‘꿈’을 주제로 설교를 하고 계신 덕분이다. 꿈과 관련해서 다양한 이야기들도 해주시고, 많은 동기부여도 해주시는데, 그 중 기억에 많이 남는 것 중 하나는 피카소와 반 고흐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미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피카소는 평소 꿈이 컸으며 자신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는 화가였다면, 반 고흐는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도 자신의 그림은 가치도 없고 자신이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피카소는 살아있을 때 자신의 그림을 비싸게 팔아서 부유하게 살았던 반면, 반 고흐의 그림들은 화가가 죽은 다음에야 인정받은 것이고, 본인은 그런 훌륭한 작품들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고 가난하게 살다가 갔다는 것이다.

사실 꿈을 꾼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꿈을 꾸자면 현실의 벽에 부딪혀야 할 것이다. 사업이 꿈이라면 돈과 시간과 기회의 현실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고, 미인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이 꿈이라면 자신의 외모의 현실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당신 아들이 성적은 절대 서울대 갈 성적이 아닌데 자신은 서울대 가는 게 꿈이라며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야 한다며 우겼다고 한다. 엄마가 된 입장에서 아들이 현실을 직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라며 아들 성적에 맞는 곳에 입학원서를 내고 그 대학에 잘 다녔는데, 직장에 잘 다니고 있는 오늘 날까지도 그 아들은 엄마가 자신의 꿈을 빼앗아 갔다며 원망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현실을 택하는 자가 더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꿈을 꾸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인지는 하나님 밖에 모르실 일이라지만, 그래도 꿈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보다는 꿈이 있어 살아가는 사람이 더 희망차고 긍정적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2011년은 꿈의 존재도 잊은 채 이렇게 흘려보냈지만, 다가오는 2012년에는 남편의 꿈도 좋고, 내 아이의 꿈을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나만의 꿈도 구체적으로 한 번 생각해보고 계획해 봐야 하겠다. 나와 같이 꿈을 잊은 채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30대 초반의 주부 또는 워킹맘이라면 모두 함께 동행 하자고 권유하고 싶다. 꿈이 결혼한 여자들에게 더 이상 사치가 아닌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도록, 앞서 실천하고 계신 선배님들에게도 지속적인 꿈의 실천을 부탁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