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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을 어쩔 건가.
그날부터 정암 선생
열이 펄펄, 앓는 소리로
밤을 꼬박 새우시네.
간호할 사람 없고
우리 둘은 눈만 멀뚱,
그런데 이건 또 웬일
점순이가 배앓이 하더니
새끼를 낳았구나.
북에서 왔다는 풍산개와
남녘의 진돗개가
어미아비 되었으니
이 아니 경사인가.
정암 선생 어느 한 날
지팡이 짚고 나섰다가
강아지들 꼬물꼬물
처음 보고 놀라시는구나.
세상에 이런 일이
내 집에서 생기다니,
너희 둘의 새끼다보니
통일견 아니더냐?
얼씨구나 절씨구나
경사 중에 경사로다.
정암 선생 기분 좋아
화필까지 드셨으니
백두부터 한라까지
조선 반도 그리시고
남녀노소 깃발 들고
어우러져 노니는데
개들도 꼬리치며
한바탕 도는구나.
강아지들 눈을 뜨고
이리저리 나다니는데
병석에 아주 누우신
할아버지 큰일이네.
읍내에서 사람오고
아들딸도 달려오고
어느 날은 의사까지
아무래도 큰일이네.

그때 한 가족이
뒤늦게 도착한다.
엊그제 결혼한 듯
새파랗게 젊은 부부,
예쁜 한복 차려 입은
새색시 그냥 두고
검정 양복에 빨간 넥타이
사내가 낯이 익다.
아니 저게 누구인가,
별 단 개 소싯적에
개 당번병 아니었나.
눈 씻고 다시 봐도
그 군인 분명하다.
이것이 웬일인가,
세상 참 넓고 좁지
별 단 개 벌떡 일어나
꼬리치며 다가선다.
점순이, 의아해하며
별 단 개 눈치 본다.
아버님, 절 받으세요
젊은 부부 절을 하네.
사람들 삥 둘러서서
막내 인사 구경하네.
문 밖에 별 단 개와
점순이도 구경한다.
멀리서 오니라고
이렇게 늦었구나.
정암 선생 눈물 글썽이며
막내 큰절 받는구나.

사람들 돌아간다.
하나 둘 일어선다.
그림들 찾아들고
젖은 그림 말아들고
그 대신 돈을 거두어
그림 대신 놓고 가고
아이 가고 어른 가고
사람들 돌아간다.
남은 음식 가져가고
청소도 하고 가고
점순이랑 내게
밥도 주고 물도 주고
머리도 쓸어주고
마당도 쓸어주고
모두들 시끌시끌
썰물 쓸려가듯
무리들 빠져나가고
적막이 밀려온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