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을 위해 유치원 현관 우측에 관상용 어항을 놓았다. 아이들은 오가며 어항 속에서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때로는 날렵하게 회전하며 헤엄치는 크고 작은 열대어들이 재미있고 신기한 듯 함박미소를 머금고 바라본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화려한 열대어들을 보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자기네들끼리 “얘가 더 이뻐”, “아냐~ 쟤가 더 이뻐…” “그래도 얘가 짱이야!”, “어, 더 커졌다!”하면서, 때로는 친구라도 되는 듯 열대어한테 직접 말을 거는 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고마움을 주는 열대어들이지만 가끔씩 어항을 비워내고 청소를 해주는 일은 사실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적어도 세 사람 이상이 힘을 모아 어항 청소를 하게 된다. 작업 순서는 열대어들을 먼저 다른 물그릇에 옮겨 놓은 다음에 어항 속의 자갈과 모레를 꺼내서 씻어주고, 어항을 깨끗이 닦은 다음 그 바닥에 필터용으로 캐시미론 솜을 깔아주고 그 위에 모레와 자갈을 평평하게 채워 넣고, 새물을 담아 제자리로 열대어들을 넣어주면 일단 작업이 끝난다.

지난번 어항 청소를 개운한 마음으로 마치고 나서 하루가 지난 다음날 정말이지 아주 우연히 놀라운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항 속의 지형이 하룻밤 새에 놀랍게 달라져 있었는데 어항 물속 바닥의 평평했던 모레와 자갈밭이 자연스러운 언덕과 골짜기가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속 모레와 자갈을 열대어들이 입으로 물어 옮겨서 자기들이 바라는 살만한 환경으로 만든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 모레와 자갈을 부어놓기 위해 어항 맨 밑바닥에 깔아놓은 솜의 일부를 들어 올려서 마치 수초처럼 만들어 놓고 그 뒤에 가만히 숨어있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사람이 만들어 놓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열대어들도 스스로 살만한 환경을 만드는 지혜와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물속 부력을 활용해서 모레와 자갈과 솜의 일부를 손이 아니라 작은 입으로 들어 옮겼겠지만 그 많은 작업을 하룻밤 새에 이루어낸 열대어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수종이 다른 열대어들이 자신들의 삶의 영역을 지키며,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도 교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의 일부이고, 태양계는 다시 은하계의 일부이고, 은하계는 다른 은하계들과 함께 전 우주의 일부이고 보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우주는 그야말로 광대무변의 세계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이 지구상의 인간이 당신의 에너지의 비밀을 훔쳐내서, 인조된 에너지를 순리가 아닌 역리로 쓰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사람의 손에 파괴된 자연을 본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것은 사람으로서는 영원히 불가능 하겠지만, 순리를 따라 바르게 사용하려는 노력은 마치 어항 속의 열대어들이 그나마 주어진 자신들의 삶의 환경을 스스로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일 것이다.

여러 해 전에 일본의 한 작은 도시를 여행하면서 받았던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그곳 시장 뒤편의 깊지 않은 작은 개천에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니는 것을 보면서, 일본은 전 국토의 하천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분초로 관리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는데 우리나라가 저네들을 따라잡기 전에는 선진국이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각 집의 생활하수가 일단 정화되어 내려가고, 동네와 도시의 생활하수가 모아져 다시 정화되어 내로,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내진다면 우리의 삶의 질도 그 수질처럼 정화되어지지 않을까? 그리고 그 바탕 위에 집과 빌딩들이 세워진다면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도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관상용 어항 속의 열대어들도 스스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 스스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상용 어항 속의 열대어들만도 못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사람은 그 열대어들보다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고, 만들어 가는 크고 위대한 존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