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에서 작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교사들은 공간을 정리하고 아이들은 귀가 준비를 하던 어수선한 시간에 한 녀석이 센터에서 가장 어린 꼬맹이를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가 심한 장난을 한 것입니다. 꼬맹이가 울면서 내려오자 담당 사회복지사는 큰 녀석을 꾸짖고 별것 아니려니 생각하고는 바쁘게 아이들 귀가시키고 자신도 퇴근한 모양입니다.

일은 며칠 후 벌어졌습니다.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아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있다가 구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은 후에야 그런 일이 있었음을 안 모양입니다. 아내는 일을 저지른 녀석을 상담하면서 그날 있었던 일의 대강을 파악한 후 꼬맹이 부모를 만나 불미스런 일에 대해 사과하고 이후 이런 일이 없을 것임을 확인한 후 양해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화를 풀지 못한 부모는 일을 저지른 녀석이 센터에 나오지 못하도록 해 줄 것과 이번 일에 대한 센터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엄마는 아이가 어렸을 때 가출하고 아버지는 아이 형제와 따로 살면서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라서 5-6년간을 센터에서 돌보아 왔고, 착하지만 발달이 늦어 학교에서는 특수반에서 공부하는 아이라서 센터의 돌봄이 꼭 필요한 아이지만 외국인인 꼬맹이 엄마가 그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마당에 방법이 없었습니다. 난감했지만 할 수 없이 아이는 별도의 방법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할머니와 상의해 피해 아동의 부모가 양해할 때까지 아이가 센터에 나오는 것을 중지시켰습니다. 그리고 이후 센터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에 대해 피해 아동의 부모에게 설명하고 화를 풀기를 기다렸습니다.

몇 주일이 지난 후 난데없이 일의 자초지종을 묻는 경찰관의 전화를 받은 후에야 피해 아동의 부모가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고 그 과정에서 이 사실이 아이의 학교에도 알려졌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가정법원에 넘겨져 이후 모든 일은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됐습니다. 그 과정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안타깝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그리고 든 생각은 내 아이가 모두의 아이이고 또 모두의 아이가 내 아이임을 알았다면 일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하는 것입니다.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생각이 때로는 아이들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박경량 목사)

서울시 구로구 궁동 178-14 ‘지역아동센터 평화만들기’ 02)2615-4146, kmpeace@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