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돈, 명예, 가족, 사랑, 아름다움, 직업, 명품 등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권력입니다. 사람들이 모인 곳마다 권력 때문에 모략과 암투가 일어납니다. 피비린내 나는 살육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한번은 출애굽 여정에서 레위족인 고라가 파당을 지어 모세와 아론을 대항해서 반역을 일으킨 일이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이들의 반역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은 반역의 자손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했습니다. 민수기 16장이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백성들 다수가 모세와 아론을 향해 들고 일어납니다. 아까운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는 게 이유입니다. 반역 사건으로 처형된 사람들이 어느 사이 백성들의 동정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도 하나님께서 진노하시고, 반역에 가담한 백성들은 염병으로 죽게 됩니다. 공인받지 못한 권력은 늘 참혹했습니다.

어찌됐건 출애굽 당시 권력은 모두 모세의 혈육이 쥐고 있었습니다. 최고 권력자는 모세였고, 제사장은 모세의 형 아론이었습니다. 홍해 바다를 건너며 선두에서 백성을 이끈 여선지자 미리암은 모세의 누이이고, 모세의 자문역을 한 이드로는 모세의 장인입니다. 한마디로 한 집안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했습니다. 한번은 모세가 이디오피아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일을 계기로 미리암과 아론이 합세해서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민 12:2a)며 모세의 리더십을 뒤흔든 일이 있습니다. 이를 주동한 미리암은 그 징벌로 문둥병에 걸려 죽게 된 상태에서 가까스로 살아납니다.

예수의 제자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예수께서 최후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입니다. 당시 예루살렘은 종교의 중심지였고, 유대 민족의 심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권력의 중심지였습니다. 이런 연유로 평소 예수님의 선교활동은 갈릴리에서 이뤄졌지만, 선교의 완성은 예루살렘에서 이뤄져야 했습니다. 이때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은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의 손에 넘어가 사형 선고를 받을 것이다”(마 20:18). 예수께서 죽게 될 것이라는 예고입니다. 이보다 더 비장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자들은 건성나발입니다. 오히려 전혀 다른 이유로 술렁거리기 시작합니다.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서입니다. 권력이 손에 잡힐 듯해서입니다. 가장 먼저 예수의 가까운 친척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가 나서서 예수에게 두 아들의 장래 좋은 자리를 부탁합니다. 마가는 더 구체적으로 야고보와 요한이 “주께서 영광 받으실 때 우리를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혀 달라”(막 10:37)고 청탁한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속내가 드러나자 제자들 사이에 갑자기 살벌한 기류가 흐릅니다. 바로 이 때 예수께서 저 유명한 섬김의 말씀을 하십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 20:28).

예수께서 말씀하신 섬김은 단순한 미덕이 아닙니다. 그것은 권력의 욕망을 전복시키지 않으면 실천할 수 없는 삶의 전향입니다. 세속의 권력은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힘없는 백성들을 제물로 삼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백성을 섬기기 위해 당신을 제물로 취하신 분입니다. 유대인들은 오랜 세월 세상을 지배하는 메시아를 기다려왔습니다. 섬기는 메시아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예수께서는 지금 권력의 중심부인 예루살렘에서 제자들의 메시아 이미지를 전복시키도록 하신 것입니다.

섬김을 알지 못하는 권력의 욕망은, 저 옛날 반역의 백성들처럼 마지막에 찾아오는 것은 파멸입니다. 비록 합법적으로 얻은 권력이라 해도 그것을 섬김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세상을 어지럽힙니다. 부패해서 악취를 풍깁니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섬김은 내 안에 잠복해 있는 권력에 대한 욕망을 전복시키는 데서 가능합니다. 섬김을 말하면서도 그 속내는 세상을 지배하고자 욕망을 불태우는 이들이 많습니다. 오늘도 섬김을 모르는 권력의 추한 모습을 거듭거듭 보면서도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