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 가을이 되면 많은 주부들이 자원봉사를 배우기 위해, 우리 재단에 온다. 문제를 일으키고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상담자원봉사자 교육에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의 각기 다른 삶을 살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귀중한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하러 온다. 어떤 이는 이웃의 자원봉사 선배로부터, 어떤 이는 교우의 추천으로, 어떤 이는 학교 동아리에서...우리 교육을 알게 된 경로도 얼굴표정만큼이나 다양하지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으러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13주 51시간이면 적지 않은 시간이고, 하루에 네 시간씩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도 참으로 열심히 참여한다. 강사님들도 열성적이고 진지한 수업태도를 칭찬하신다.

더 놀라운 것은 교육을 마치고 배치된 자원봉사현장에서의 경험을 나눌 때, 하나같이 ‘비행소년이 변하여’ 기쁘고 감사하지만 ‘내가 도움을 받게 된 것이 더 감사하다’는 고백을 한다는 것이다. 비행청소년을 돕고자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도움을 받은 것은 자신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마음을 나누어주어 그들이 범죄나 문제행동에서 벗어나 평범한 젊은이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는 일은 무엇보다 보람되고 기쁜 일이다. 또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훌륭한 일을 해내었다는 자부심도 생긴다. 그러나 진정 감사한 것은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이 변할 기회를 얻었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으니 도움을 받은 쪽은 오히려 봉사자 자신이더라는 것이다. 차를 여러 번 바꾸어 타고, 자신의 용돈으로 아이들 간식거리를 사들고 가면서도, 툭하면 아이들에게 바람을 맞고 몇 시간씩 기다리면서도 십년이 넘도록 자원봉사를 해오고 있는 이들일수록 ‘받은’ 것을 감사해 한다. 서로 다른 상담실에서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돌아간 소년이 실망할까봐 소년의 쉼터까지 찾아가서 상담해주고, 명절이나 기념일이 되면, 봉사자 자신의 것은 못 챙기면서 쉼터의 아이들, 소년원 아이들 선물은 챙기는 봉사자들을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부유하고 많이 배운 사람들보다 배움도 짧고,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이 더 많이 기쁘게 바쁘게 나누고 산다는 것도 새로이 발견한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고 함께 활동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게 전해진다. 섭섭한 이야기, 칭찬하는 이야기, 걱정하는 이야기 등…….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일하게 되었을 땐, 이러한 말들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고, 정리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아서 시름도 많았다. 좋은 일이야 널리 소문내서 같이 나누면 되니 쉽고, 아이들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차분하게 상담을 잘 하는 봉사자들도 많지만, 가끔은 거칠고 다소 카리스마 넘치게 행동하여 다른 상담자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활동가도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약속을 안 지키고 거짓말을 잘하는 소년의 집까지 찾아가서, 부모를 만나고 상담하면서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자원봉사자를 지적해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상담’ 활동이니 소년과 부모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조금 지나친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보니 카리스마 넘치는 그 봉사자에게 주변의 다루기 힘든 문제소년들이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 다음 상담회기까지 기다리게 하지 않고 즉시 응답해주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해주고 하는 그이의 행동이 도움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날마다가 걱정스런 문제소년들의 부모에겐 지금 당장에 아이에게 해줄 말과 지혜가 필요한 때가 있었고 때로는 잘못된 것을 지적해주는 사람도 필요했던 것이다.

비 오는 날도, 해가 쨍쨍한 날도, 바람 부는 날도 사람의 일생과 자연에 모두 필요하듯, 개성 넘치는 사람도, 조용한 사람도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다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존재들을 하나하나 귀중히 여기고 분별하는 지혜를 가진 겸손한 사람이 되기를 늘 기도한다. 그리고 내 주변 자원봉사자들의 고백처럼, 나도 이들과 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불러서 맡겨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