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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과 삶의 뜨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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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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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새겨봅니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다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비와, 딸이 어미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마 10:34-35). 도무지 이해하기도 어렵고,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말씀입니다. 하지만 예레미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가 잡힐 것 같기도 합니다. 요시아의 아들 시드기야가 바빌론에 의해 유다의 왕이었을 때입니다. 당시 유다는 친 바빌론파와 친 이집트파로 갈라져서 권력투쟁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마침 이집트가 바빌론을 대항해서 전쟁을 일으키자, 유다에 주둔해 있던 바빌론 군대는 불가피 일시 퇴각하고, 권력 공백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자 친 이집트파는 잽싸게 이집트를 등에 업고 친 바빌론파를 대대적으로 숙청합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집트는 바빌론에 맥없이 무너지고, 이집트를 믿고 대 바빌론 항쟁을 벌인 유다 왕국은 더욱 참혹한 일을 당하게 됩니다. 유다 왕국은 종말을 고하고, 지도층 대부분이 바빌론 포로로 끌려가는 처지가 된 것이지요. 다급해진 시드기야는 예레미야를 불러 유다를 살려달라고 간청합니다. 헌데 왕의 특별한 청을 받은 예레미야는 구원이 아닌 멸망을 예언합니다(렘 38:17-18). 고약한 사람입니다. 왕의 간청을, 그것도 친 바빌론파로 몰려 수감 중인 진흙 구덩이에서 구해주고, 나라가 망하지 않게 축복해 달라는 데 멸망을 예언하다니! 역사의 소용돌이 가운데서 그 흐름을 명확히 분별해서 살 길을 찾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친 이집트파와 친 바빌론파가 그랬듯이, 역사의 혼란기에는 저마다 살기 위한 책략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럴 때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바는, 어떤 책략이나 술책이 아닌 올바른 역사관입니다. 역사의 주관자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심을 믿고 행동하는 것이지요. 예레미야는 그랬습니다. 그가 이집트가 아닌 바빌론에 굴복하는 길을 선택한 것은, 그것이 이스라엘이 장차 새롭게 태어날 하나님의 뜻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다시 새겨 봅니다. “내가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다.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비와, 딸이 어미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예수께서는 파멸의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연대, 즉 ‘파멸의 연대’를 깨뜨릴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특별히 혈연으로 밀착된 가족이야말로 그 끈끈함으로 인해 파멸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 가족뿐이겠습니까. 인간관계는 크고 작은 이해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작게는 친구관계로부터 크게는 국제관계까지, 사회적 관습과 전통, 종교와 문화, 정치경제적 이익까지를 매개로 얽혀 있습니다. 물론 패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이런 관계들이 순기능이 아닌 역기능, 즉 공동체의 유익을 해치며 파멸을 향해 치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런 역기능의 관계를 끊도록 하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참 평화를 주기 위해 세상에 오신 분입니다. 거짓 평화로 인한 파멸의 연대를 끊고 구원하기 위해서 오신 분입니다. 다만 파멸의 사슬로 가족관계를 말씀하신 것은 그것이 쉽게 끊기 힘든 모든 연대의 기저로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분쟁의 파고가 예사롭지 않은 이때, 연대해야 할 북한은 적이 되어 있고, 혹시나 하고 기대하는 중국은 모호하기 짝이 없고, 애오라지 짝사랑하는 미국은 현란할 정도로 ‘자유세계 수호천사’ 행세를 하지만, 실상은 자국 이익이 우선이고, 일본과는 밀착된 터에, 한국의 처지가 저 옛날 유다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과연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밀려드는 분쟁의 파고를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연대는 무엇이어야 하고, 해체해야 할 연대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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