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생의 성적을 결정하는 주요 원인이 학생 개인의 능력 때문이라고 믿어왔습니다. 2013년 말에 경기지역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경기지역 교사·학생·학부모들은 학생의 학습부진의 주요 원인을 학생 개인의 능력 부족, 노력 부족, 동기 부족, 주의 산만 등 개인적 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최근 학생들의 학습부진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가정환경 등 사회경제적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가난한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는 개인의 능력이나 학교교육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소득과 학력 등 ‘사회 탓’이라는 것입니다. 교육계에서는 이런 주장이 이미 일반화 되어 있으나 구체적인 연구결과에 의해서 이것이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012년 경기교육종단연구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경기도 학습부진 학생 실태와 지원방안’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부시간, 독서, 문화 활동정도 등이 동일할 때 가구 소득, 부모의 학력 등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생들의 국어·영어·수학 성적을 하위 10% 또는 20% 이하로 떨어트릴 확률이 1.4-1.8배 높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연구보고서는 학습부진 아동의 증가는 충분한 지원과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며 그 대책은 가난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돌봄과 학습지원을 확대하는 등 다층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보고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는 큽니다. 그동안 우리는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것에 대해 아이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아이에게 책임을 묻는데 익숙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복지 시스템의 미비 등 아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이번 연구가 말해줍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가난한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책임을 아이들에게 돌렸던 그동안의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국가와 사회가 그 책임을 떠안아 아동복지 시스템을 확대하고 그 질을 높이는데 나서야 합니다.(박경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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