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지상에서 살아가는 삶은 결국 생명의 꽃을 피우기 위한 모험의 대장정이다. 우리 안에 이미 깃들여 있는 씨앗을 싹 틔우고 자라게 하는데 왜 그것이 모험이 될까? 왜 우리 안에 있는 신성을 꽃 피우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들까? 우리 스스로가 그 씨앗을 가리고, 싹이 트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 3차원의 지구에서 태어난 인간이라면 몸을 위해서 먹고 입어야 하는데, 몸 위주의 삶을 영위하다 보면 그 몸을 자신의 전부이거나 대부분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리고 이런 몸을 자기라고 생각하는 이 착각은 자기 혼자의 생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대로 전해진다. 인간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세포와 유전자 안에 새겨져서 이른바 본능이라는 것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본능은 대대로 학습되어 온 생각의 집합이고, 대를 이어 전해지면서 더욱더 그 층이 두터워지게 된다. 인간이란 원래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신성한 존재라는 사실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그리하여 이제는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말았다.

마틴 셀리그먼은 개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한 결과를 통하여 과거의 실패 경험에 사로잡힌 상태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그룹의 개들에게는 전기자극을 주되 배전반을 누르면 전기자극이 멈춰지게 했다. 두 번째 그룹의 개들에게는 어떤 방법으로도 전기자극이 멈춰지지 않게 했다. 세 번째 그룹의 개들에게는 아무런 전기자극도 주지 않았다.

그런 다음 개들을 모두 상자에 넣고 전기자극을 주되, 나지막한 장애물을 뛰어넘으면 탈출할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놓았다. 그러자 전기자극을 멈출 수 있었던 첫 번째 그룹의 개들과 아무런 전기자극도 받지 않았던 세 번째 그룹의 개들은 재빨리 장애물을 뛰어넘어 탈출하였다. 하지만 두 번째 그룹의 개들은 아예 탈출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상자 안에서 깨갱거리기만 하였다. 셀리그먼은 이 실험을 다시 사람에게도 적용시켜 보았는데, 그의 연구결과는 우리가 얼마나 쉽게 무기력을 학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무기력의 학습은, 우리 자신은 신성하지 않으며 하나님은 우리의 밖에 계시고, 우리의 영혼은 비천하고 악하다는 것으로 각인시켜 왔다. 이런 생각은 우리 영혼의 기억 속에 견고하게 각인되어 수천 년 동안 내려오게 되었다. 우리는 죄인이고 하나님은 저 밖에 계시며, 결과적으로 우리는 신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물들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님을 아는 유일한 길이자 하나님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예언자나 성직자나 종교집단의 계율을 따르는 것뿐이라는 믿음이 주입되어 왔다.

하나님이 저 밖에 계시다는 믿음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게 만들고, 종교인과 정치가에게 자기 자신을 내주게 만든다. 인간이 사악한 죄인이고 하나님은 우리 자신의 밖에 있다는 가르침을 계속해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하나님으로부터 분리시킬 수밖에 없고, 몸이 우리 정체성의 전부가 되도록 허용하게 된다. 몸이 전부가 되면 세상의 물질에 집착할 수밖에 없고, 불안과 두려움이 일용할 양식이 된다.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죽음은 배우지만 삶은 잊어버리고, 슬픔은 배우지만 기쁨은 잊어버리고, 인간은 배우지만 정작 하나님은 잊어버리게 된다.

하나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 어디에 계시는가? 2천 년 전에 지구에 왔다가 가신 예수인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시는 예수인가? 나는 지금 어떤 예수를 마음에 그리고, 간직하고 있는가? 그분이 아득하게 멀리 느껴진다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그만큼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 거리를 좁힐 수 있을까? 아니, 거리를 좁히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거리로서 측정될 수 있는 사이라면, 그분은 여전히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과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어서 우리 안에 있게 하여 주십시오.”(요 17:21).

그렇다. 우리 안의 보물을 보지도 않고, 거지 근성으로 바깥을 찾아 헤매는 것이야말로 죄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아직도 예수를 찾아 바깥을 헤매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가 다 실격자이고 죄인이다! 이제 시작되는 사순절기에 십자가상을 향한 길 위로 예수와 함께 행군을 시작하자. 예수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될 수 있는 은총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