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상담하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담배를 끊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학생들은 수없이 끊어보리라 마음먹지만 잘 되지 않는다. 담배만 피울 수 있다면 싸우지도 않고 정말 잘 지낼 수 있다고 협박 아닌 협박도 한다. 담배 때문에 화도 못 참겠고, 금단 현상 때문에 수업도 못하겠단다. 절박한 이들의 심정을 대하자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나에게는 5살 위인 오빠가 한 명 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오빠는 어디선가 담배를 배웠다. 부모님은 오빠가 담배 피우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야단도 맞고, 매도 맞았지만 오빠는 좀처럼 담배를 끊지 않았다. 나는 어린 마음에 담배가 나쁜 것인지도 모르고 오빠를 위해(?) 오빠가 그렇게 좋아하는 담배를 몇 개비씩 사다 주곤 했다. 그 당시에는 가게에서 담배를 몇 개비씩 팔기도 했다. 내가 사다 준 담배를 오빠는 아주 고마워하면서 받아들었다. 나는 한참 지난 후에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빠에게 담배를 사다 주었던 마음 그대로 나는 오빠를 위해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렸다. 그렇게 말린 세월이 40년...

나는 교사가 된 후 학교에서 수많은 나의 오빠들을 만났다. 일찍 담배를 배우고 이를 끊지 못해 고생하는 모습이 우리 오빠와 닮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나는 이들과 함께 담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였다. 담배를 끊고 며칠이 지나면 아이들은 내게 아주 미안한 표정으로 왔다. 다시 담배를 피웠노라고...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괜찮아. 다시 끊으려고 노력하면 돼. 그렇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끊을 수 있을 거야.” 나는 희망을 가졌다. 언젠가는 끊을 수 있을 거라고.

2년 전 새벽에 조카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빠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병원에 달려가 보니 갑작스런 뇌출혈 증세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냥 하늘나라로 보낼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오빠를 위해 기도를 드렸다. 그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내가 기도를 하는 그 순간 오빠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 그 회한의 눈물...’ 나이 드신 어머니와 자식들, 그리고 몸 약한 동생을 두고 가는 그 심정이 가슴 저리게 밀려 왔다. 그러나 오빠는 그렇게 눈물만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오빠가 가고 난 후 나는 문득 철없던 시절 오빠에게 사다 주었던 담배를 떠올렸다. 후회가 밀려왔다. ‘아, 어떻게 해? 오빠는 가고 없는데...’ 그렇게 오빠는 50을 넘기고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80세 넘어까지 사셨는데... 오빠가 피운 담배 연기 속으로 오빠의 남겨진 삶 30년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지금도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담배가 너무 좋단다. 담배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단다. 담배를 대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한다. 담배가 몸에 좋은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내가 오빠에게 사다 준 담배가 몸에 좋은 거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피워대는 담배가 정말 유익한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얼마나 좋을까?

담배가 나쁜 거라는 거는 너도 알고 나도 안다. 우리 모두가 안다. 함께 담배와 싸우지 않으면 극복하기 너무 힘든 싸움이다. 나는 이제 철이 없지 않다. 나는 담배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내고 싶다. 제2, 제3의 오빠들을 그냥 속수무책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다. 그냥 담배를 끊는 수밖에는...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말한다. ‘알아. 네가 담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내가 해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담배가 해주는 것도... 근데 담배는 피우면 안 돼. 그냥 뚝 끊어야 해. 너의 소중한 삶이 담배 연기 속에 사라지지 않도록... 그리고 진정한 너의 자유를 위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