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눔 책방 지기다. 이 책방은 가상공간에 있다. 밴드를 만들어서 회원들을 초청하고 그곳에 매주 좋은 책을 선별하여 올리고 무료로 나눠주는 운동이다. 밴드라는 것과 휴대전화, 인터넷, 그리고 택배문화가 협력하여 이뤄낸 가장 현대적 소통수단이며 목회자 책 나눔 운동이다.

작년 늦은 봄에 친구들과 만났다. 절친 넷이서 용평의 별장식 콘도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실로 오랜 만에 수다를 떨며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지냈다. 오랜 친구들이 좋은 것이 서로 경계심을 가질 것도 없고, 숨길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특별히 계획할 것도 없이 참으로 자유로운 시간이었다. 서로 살아온 이야기, 현장의 이야기, 자녀들의 이야기, 앞으로 살 이야기까지,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함께 걱정도 하면서 회포를 풀었다.

이때에 한 친구가 최근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것이 나눔 책방이었다. “내가 한 달 전에 만든 나눔 책방이 있는데 목회자 책 나눔 운동이야. 밴드를 만들어서 회원들을 초대하고 한 달에 1권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인데 너무 좋아. 그리고 서로 읽고 감명 받은 책은 돌려 읽기도 하고, 책을 사서 기증하기도 하는 데 아주 반응이 좋아. 책 한권 나누는 일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받는 사람에겐 큰 기쁨인 것 같아.” 그러면서 내게도 권했다. “충청연회는 네가 하면 좋겠다. 너 예전에 도서관 운동도 했잖아.” 그러나 나는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는데 감당할 일이 두려워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작년 연말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 말하기를 “달환아, 충청연회 나눔 책방은 네가 해야 할 것 같다.” 당황스러웠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친구는 친절하게 먼저 개설된 연회(감리교회의 행정단위-약 500-800교회-로 전국에 10개 연회가 있다.) 밴드에 초청해 주었다. 나는 먼저 개설된 나눔 책방들을 둘러보면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운영하는 데에 대한 부담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기도 하였다. “주님, 저보다 좋은 여건의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다른 사람 시키시죠? 하지만 꼭 제가 해야 한다면 하겠습니다.” 책방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 할 자신이 없었다. 아이들 셋이 모두 대학생이었고, 서울과 대구에 살고 있어서 셋 집 살림을 하였기에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고민하는 나를 지켜보던 아내가 “여보, 뜻 깊은 일이니 어려워도 해보세요.”라고 하였다. 나는 용기를 내었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일을 맡기신 그분의 뜻을 다 헤아릴 순 없지만 시작하기로 맘먹었다.

작년 12월 19일에 처음으로 나눔 책방-충청연회 밴드를 만들고 가까운 이들에게 우선 초청장을 보냈다. 성탄절을 전후하여 첫 번째 나눔을 시작하였다. 나눔 책방을 시작하면서 나는 소박하지만 몇 가지 원칙을 실천하려고 결심했다. 첫째는 매주 책을 나눠야 하겠다는 결심이다. 책의 권수는 적을 때는 3권에서 많을 때는 30권에 이르기까지 형편에 따라 다르겠지만 원칙은 매주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성실하게 꾸준히 나눔 운동을 실천하겠다는 결심이기도 하였다. 둘째는 좋은 책을 선별하겠다는 결심이다. 세상에 무수히 많은 책이 있지만 좋은 책을 분별하고 선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내게는 책을 고르는 안목이 있다. 오래 전에 도서관 운동을 하였기에 책의 제목과 목차, 지은이, 출판사만 봐도 어느 정도는 책의 질을 가늠하는 안목이 생겼다. 도서관 운동을 십년 넘게 하였던 경험이 책을 선정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목회자가 갖기 쉬운 편협함, 편중된 독서, 사고의 경직됨을 해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책을 선정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좋은 책을 읽고 추천해 주시는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좋은 책을 책방에 올려 나누려고 한다. 셋째는 열악한 목회 현장에서 책을 읽고 싶어도 책을 구입할 수 없는 이들에게 좋은 책을 한 달에 1권 제공하여 책 읽기 운동이 확산되고 목회 현장도 따뜻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7월 8일에 후원회가 결성되었다. 뜻을 같이하는 동역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처음 시작할 때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지난 7개월을 지내면서 회원들은 98명이 되었고, 매주 조금씩 나눈 책이 300권이 넘었다. 책 나눔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지만 책 한권이 한 사람의 삶과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고 있기에 기쁘고 즐거운 맘으로 나눔 책방을 가꿔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