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의 삶은 평신도의 복음이다/ Vita clerici est vangelium laice” 500년 전, 종교개혁 전야에 신자들 사이에서 흔히 오가던 경구랍니다. 평신도만도 못한 윤리적 삶을 사는 타락한 성직자들에 대한 실망감을 신자들은 이런 경구로 표현한 것입니다. 16세기 교회의 타락은 곧 성직자들의 타락이었습니다. 이것은 “교회 안에는 가증할만한 폐습이 많이 있으며, 이러한 병폐들은 교황을 포함하여 성직자들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각자는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했던 교황 아드리아누스 6세의 훈령에서도 확인됩니다.

중세기 성직자의 타락은 늘 성 문제와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1415부터 1517년까지 재임한 교황 중 절반 이상이 사생아를 두었고, 15세기말 콘스탄츠 교구에서만 성직자에 의해 출산된 사생아가 1500명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성직자들의 사창가 출입이나 축첩이 난무했지만 가톨릭교회는 사창가 이용 빈도나 축첩 기간, 자식의 유무와 숫자에 따라 분류하여 소위 창녀세로 불리는 벌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쳐, 성직자의 성적 타락에 대한 문제의식은 사라졌습니다.

또한 성직자의 타락은 늘 돈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16세기 유럽 토지의 3분지 1이 교회의 소유라고 할 정도로 교회는 부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물을 주고 교황에 선출되고,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8살 혹은 11살짜리 꼬마를 추기경으로 임명하고, 한 사람이 4개 도시의 대주교직을 독점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교회의 재산과 땅을 사유화하고, 더 많은 치부를 위해 종교세를 미납한 신자의 성사 참여를 금지시키는가 하면, 죄를 면해 주는 대가로 면죄부를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다를까요? 몇 해 전부터 몇몇 대형교회 목사들이 돈과 성 性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더니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고 목회자의 스캔들이 언론에 기사화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교회의 타락이 심각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한국교계의 한 원로는 “기독교 역사상 오늘의 한국교화는 가장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들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다가오는 지금 “성직자의 삶은 평신도의 복음이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달라지지 않으면 교회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경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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