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늙어가는 것, 우아하게 나이듦은 내 바람이다. 얼굴피부가 늘어져도 주름살이 많아져도 체중이 불어 좀 통통해져도 좋다. 눈빛이 까칠하고, 당장에 달려들 것 같은 사나운 인상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사람들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나랑 비슷한 바람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름답게, 우아하게’는 ‘건강’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건강’은 저절로 따라오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 이 당연한 ‘건강’이 당연하지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건강’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최근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톡톡히 실감하고 있다.

‘건강’이 중대한 문제로 대두되고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들린다. 가족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보여주는 지인들의 태도에 인생을 새로이 배우고 있다. 지인들의 태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첫째 유형은 불편할 수도 있는 소식이 감당하기 어려웠는지 갑자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동안 연락도 없는 유형이다. 둘째는 특별히 가깝다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득달같이 달려와서 손을 잡고 직접 위로를 건네는 유형이다. 셋째는 ‘별 것 아니에요, 요즘은 약이 좋아서 잘 치료된답디다, 걱정말아요’하며 큰 소리로 호들갑스럽게 위로하는 유형이다. 전혀 알은체는 안하는 친구에 대해 처음에는 ‘어라? 소식을 들었을 텐데, 연락을 해올 만한 데...’ 하며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둘째 유형에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 까지 위로를 해줄 줄은 몰랐는데, 내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네? 셋째 유형엔 일부러 호기롭게 걱정말라는 태도가 내가 겪는 심각한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 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째 유형과 셋째 유형은 내가 오랫동안 교제를 해오면서 진심으로 참 좋은 사람들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에 성찰할 기회를 주었다. 너무 놀라고 걱정이 되어서 무어라 표현할지 몰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한참 후에 내가 전화를 주기를, 소문으로가 아닌 친한 내가 직접 전화를 줄 것이라 기대하고 기다렸노라는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나는 미안해졌다. 호기롭게 떠들썩하게 회복한 사람들의 증거를 대며 위로를 해준 지인도 똑같이 깊은 걱정에, 내가 우울할 것이 걱정된 나머지 자신의 온 에너지를 쏟아 큰 소리로 내게 용기를 준 것이었다. 나는 또 미안해졌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대개는 내가 겪은 세 가지 유형 중에서 반응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모든 반응이 다 옳은 것이라는 게 내가 이번 일로 얻은 교훈이다. 감사하게도 첫째, 셋째 유형은 의심할 여지없이 내가 좋아하고 서로 좋아하던 사람들이기에 공부가 되었다. 사람의 감정을 보여준다고 해서 전부가 아닌 것처럼 금방 표현해주지 않는다 해서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다. 힘든 경험을 하면서 사람을 보는 눈이 좀 더 겸손해지고 내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의 힘든 경험에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너무 놀라서 차마 아무 말도 못한 적도 있는데, 그게 그 사람에게 무심하게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 괜찮을 것이라고 수많은 본보기를 나열하며 위로하고자 했던 것이 그 사람에게는 깊게 생각해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을까? 나는 그 친구를 진정으로 걱정해준 것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 생각도 행동도 늘 ‘관리’하자. 그리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을 더 잘 알게 되는 사람도 있고 짧은 시간에 그 속을 알게 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러면 다른 사람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한한 조심스럽더라도 몸을 움직여 보자. 표현해보자, 다가가보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새롭다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금년에는 새로이 경험하는 것을 잘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해본다. 그래서 경험이 교훈이 되고 교훈이 나를 더 새롭게 하기를 바란다. 올 해는 모두가 더 새로워졌으면 좋겠다.싸주었던 사람들처럼 2019년에는 제가 더 많이 감싸고 끌어안고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썽쟁이가 내일엔 희망을 꿈꿀 수 있도록 오래도록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