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改革에 앞장서온 분들이 자기 진영의 문제에는 입을 다문다든가, 음지에서는 개혁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일들을 해왔음이 드러나 충격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국가적으로는 ‘조국’ 법무장관을 둘러싼 양대진영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교계에서는 명성교회의 세습문제(?)가 아직도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랑의 교회 문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상일은 그만두고 교회의 비리(?)를 고발하고 투쟁하는 분들만 보아도 그 열정과 끈기는 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개혁은 자기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힘든 과제이다. 교회가 직면한 혹은 목사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정죄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나는 이 땅의 교회를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가, 그리고 나 자신은 개혁의 대상은 아닌가, 내게서 바뀌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

해외에 나간 선교사들에게 제일 힘든 일은 흔히 문화적인 충격이라고 한다. 그러나 좀 더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보면 문화적 충격보다 동료선교사들에게 받는 상처라고 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리라. 그렇다면 그런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개혁의 시작이 아닐까? 어디 선교사들만 그러겠는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이라면 그가 누구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목사들의 세계만은 결코 정글이 아니기를 기대하고 또 그렇다고 믿는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서로의 관계가 동료인가, 아니면 경쟁자인가? 잘되면 배가 아파지는 관계는 아닌가? 물론 그러한 경우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소수의 경우라도 그런 일이 있다면 그곳이 개혁이든 갱신이든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회개하고 고쳐야 하지 않을까?

유아기에 고관절염을 앓아 나는 다리가 불편한 3급 장애인이다. 장애인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일이 무엇일까. 물론 형편이 다 다르니 대답 또한 같을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내 경우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다. 철없던 시절에는 공도 차고 천방지축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고 강에서 물놀이도 했다. 장애인이라는 의식이 별로 없었다고 할까, 지금 생각하면 친구들의 배려 덕분이었다. 그러나 오직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상급학교 진학이 거부되는 좌절을 겪은 후부터는 정말 ‘장애인’이 되었다. 요즈음은 모르겠지만 지난날에는 모집광고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라는 항목이 꼭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사상문제를 말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장애인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해할 정도였다. 세상에서 산전수전 그야말로 공중전까지 치르고 늦깎이 목사가 되었다. 그런데 인사이동 문제가 나오면 ‘장애’로 거부될까 신경이 있는 대로 날카로워졌다. 그런데 언제나 ‘장애’를 문제 삼은 사람들은 초빙하는 교인들이 아니고 주변 목사들이었다. 제법 큰 교회에서 초빙하기로 이야기가 다 된 것으로 알았는데 갑자기 없던 일이 돼버렸다. 후일담을 들으니 나하고도 가깝게(?) 지냈고 성자연 聖者然하던 분이 그 교회 인사위원들에게 왜 멀쩡한 사람들 다 두고 ‘병신’을(실제 표현) 모시느냐, 교회체면도 생각해야한다고 역설한 결과였다. 정말 충격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내가 장애인인 것도 사실이고 더구나 나 역시 목사이니! 하지만 은퇴가 가깝도록 목회현장에서는 장애를 문제 삼는 교인들을 만난 적이 없다. 장애인들은 동정받기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능력을 지녔으면 차별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지금도 나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낯선 강단에 서면 불안하다.

아주 가깝게(?) 지내던 목사가 자기 조카가 도시교회 목사인데 목회지를 바꾸지 않겠느냐고 물어왔다. 모든 면이 두 교회가 비슷하단다. 그러면서 가보면 교인들에게 장애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서로 목사니 믿고 진행하자고 했다. 정확하게 내 아킬레스건을 짚은 것이다. 마침내 이사를 했다. 부임해보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인원도, 시설도, 재정도! 교회 사정이 말이 아니었다. 너무 답답해 대를 이어 목회하는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한참 말이 없던 그가 한마디 했다. “야, 순진하기는, 세상에 목사 말을 믿냐!”. 너무 아팠다. 그러나 주님은 이길 힘을 주셨다. 감사할 뿐이다. 누구를 비난하려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다만, 세상을 개혁하겠다고 동분서주하기 전에 우리부터 바꾸자는 말이다. 내가 겪은 일이 특이한 사례라고 말하지 말자. 하긴 요즘은 + α가 정석인 교계가 아니던가. 무얼 기대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