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내 구원자가 살아 계신다.
나를 돌보시는 그가 땅 위에 우뚝 서실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욥19:25).”

우공이산 愚公移山의 가르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가르침은 BC4세기 경 도가계열의 사상가로 알려진 열자 列子의 우화집에 나옵니다. 중국 태행 太行과 왕옥 王屋 두 산맥은 오래전엔 지금과는 다르게 북산 北山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산에 살고 있던 우공 愚公이라는 노인이 높은 산에 가로막혀 왕래하는데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두 산을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가족의 동의를 얻어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우공의 나이가 구십이었습니다. 둘레가 700리, 높이가 만 길에 달하는 큰 산맥의 흙을 망태기와 수레에 퍼 담고, 왕복하는 데 1년이 걸리는 발해만 渤海灣까지 운반하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웃집 과부의 여덟 살 유복자도 깡충깡충 뛰어와 일을 도왔습니다. 이런 우공 愚公의 모습을 보고, 그의 아내와 친구 지수 智?가 비웃으며 그만둘 것을 권유하자 우공 愚公이 말합니다.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아들과 손자가 있고, 손자가 또 아들과 손자를 낳고, 그렇게 그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가며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산은 불어나지 않을 것이니, 대를 이어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깎여 평평하게 될 날이 오겠지. 그대의 말은 고루 古壘하니 어린 아이보다도 못하다.” 그 말에 지수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산신에게서 이 말을 전해들은 옥황상제는 감동을 받고 과아씨(?蛾氏/ 거인족)의 두 아들에게 두 산을 멀리 옮겨주라 명하고 노인의 뜻은 성취되었습니다.

우공 愚公과 지수 智?라는 두 인물의 이름, 세상의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은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하늘을 감동시키는 우공의 우직한 어리석음이 오히려 진정한 지혜로움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아브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아버지의 집과 일가친척이 있는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가 칠십 오세였다고 성서는 말합니다. 또한 그가 아들 이삭을 낳았을 때가 일 백세였습니다. 우공의 구십 세, 아브람의 일백 세는 불가능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의 한계의식입니다. 모든 사람이 안 된다고 멈추는 지점입니다. 더 이상 계속하는 것은 어리석음이라고 말하는 지점입니다.

우공이나 아브람은 인간의 한계지점에서 하나님의 영역을 끌어들이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물이 쌓이고 쌓여 물레방아를 실제로 돌리기 시작하는 마지막 한 방울의 물처럼, 하나님을 감동시키고 하늘을 움직이는 마지막 한 줌의 믿음 말입니다.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의 지혜이지요. 마오쩌둥은 중국공산당 7차당대회(1945.4.23.- 6.11)의 폐회사에서 이 전승을 인용했습니다. “중국인민의 머리를 짓누르는 두 거대한 산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국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봉건주의입니다. 중국공산당은 일찍이 이 둘을 파내기로 결심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이를 계속해야만 하고, 반드시 계속 일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도 하느님을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 하느님은 바로 다른 것이 아니라 모든 중국의 인민대중입니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정복한 것은 그의 사상이나 철학이라기보다는 그의 믿음과 태도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온 나라가 둘로 나뉘어 혼란스럽습니다. 서로 적대적으로 분열되어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은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혼란을 통과하지 않고는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대화하는 민주주의의 과정을 배울 수 없습니다. 혼란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안정을 바라기 때문에 결국에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안정이 찾아올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무엇을 배우는가에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조국 정국에서 우리는 무소불위의 검찰의 권력을 보았고,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몸으로 깨우쳤습니다. 검찰총장조차도 검찰개혁의 당위성을 공공연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지난 두 달여간의 혼란은 충분한 의미를 갖습니다.

개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안 된다고 그만하라고 하는 소리들도 많습니다만, 하늘을 움직일 임계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그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되기 위해서 끝까지 나아가야합니다.

끝났다는 것은 끝에서 난다는 것
끝에 가서야 무언가 나온다는 것
언 가지 끝에서 꽃이 피어나고
어둠의 끝에서 해가 솟아나고
절망의 끝에서야 새 희망이 나온다
(박노해, "끝났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