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가 요양원에 계시던 때 어느 날입니다.
옥상 휴게실 밖은 가을 단풍이 참으로 멋지게 들었습니다.
아마도 요양원 안에서 바라보는 단풍은 더 붉고 아름다웠을 것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잠깐 옥상 나들이를 하던 아버지는 평생 목수로 사셨던 투박한 손으로 떨어진 단풍잎을 너무도 이뻐하며 무릎위에 올려놓고 병실까지 가져가시는 것이었습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제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내년에도 저 아름다운 단풍을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아버지는 그 가을 지나 겨울의 끝자락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시는 그 아름다운 가을을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생전의 아버지 앞에서 꼭 하고 싶었던 말이었지만 쑥스러워 차마 하지 못하고
미루기만 하다가 결국 아버지 시신 앞에서야 그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우리는 주어진 한정된 시간 속에서만 사유하는 존재들입니다.
그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간 속에서의 삶입니다.

주어진 시간을 다하면 우리는 어찌됩니까?
“육체가 원래 왔던 흙으로 돌아가고,
숨이 그것을 주신 하나님께로 돌아가기 전에,
네 창조주를 기억하여라.”(전 12:7,새번역)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간이 다하면 우리는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쉬운 진리를 늘 망각하거나 착각하며 살아갑니다.
마치 내일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갑니다.

연로하신 먼 친척 고모 뵙기를 몇 년째 미루고 전화만 드리며 살다가, 찾아뵙기 전 그 사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종승이가 곧 온다고 했는데……” 하셨답니다.

지금, 여기!
오늘이 지나고 나면 할 수 없는 일들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서둘러야 할 일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들, 상황들, 광경들,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며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