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에서 깨면 우리는 자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잠들어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깨어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깨어나 보면 지금까지 내가 산 것은 산 것이 아니라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깨어난 사람은 새로운 세상, 새로운 현실을 바라봅니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 새로운 세상이야말로 참된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 참 세상은, 잠든 이들에게는 감추어져 있습니다. 그들 눈에는 거짓 자아가 만들어 내는 욕망, 두려움, 분노의 세상이 실제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뉴스를 통해 매일 접하는 절망의 세계는 우리 내면의 두려움으로부터 만들어 내는 거짓 세상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런 세상을 원하지 않지만 조작된 두려움이 서로에게 폭력을 행하게 만듭니다. 모두가 함께 풍요로운 삶과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평등한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지만, 조작된 욕망이 경쟁과 차별을 가져옵니다. 내가 느끼는 자기 내면의 악의 힘도 실제처럼 보이지만, 빛이 비추면 사라지는 어둠처럼, 허상입니다. 우리는 분열된 자아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기계적으로 반응하고 있을 뿐, 그것은 가상현실입니다. 인간기계에서 깨어나 반응하지 않으면 거짓 세상은 사라지고 참 세상이 점점 드러납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나의 나라가 세상에 속한 것이라면, 나의 부하들이 싸워서, 나를 유대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오. 그러나 사실로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요18:36)

예수께서 보셨던 그 나라를 우리는 보고 있습니까? 믿음의 조상들이 보았던, 감추어진 것처럼 보이는, 믿음으로 보았던, 모든 것을 팔아 구하려 했던, 젖과 꿀이 흐른다고 묘사했던, 온갖 역경 속에서도 강력하게 이끌렸던, 원수조차 사랑할 만큼 인간을 변화시켰던, 그 생생한 현실과 힘을 보고 있습니까? “하나님 나라는 말에 있지 아니하고, 능력에 있습니다”(고전4:20).

깨어나면, 세상이 어둡고 악하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됩니다. 오히려 우리 안의 참 빛, 온전한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기뻐할 일입니다. 이 신비하고 거룩한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깨어난 사람들은 더 이상 역할-게임을 하지 않고 ‘참 나’로 자기 역할을 하며 살아갑니다. 더는 연극이 아닌 실제를 살기 시작합니다. 역할-게임을 하지 않아도 자기 존재 자체로 충분히 온전함을 알고 누리기에 기뻐합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저 들판에 들꽃이어도, 바닷가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몽돌처럼 보일지라도, 행복합니다. 그 역할을 위해 세상에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만들어진 무대의 중앙에 서지 않더라도 행복합니다. 아니 오히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애쓰고 게임하지 않기에 더 자유롭습니다. 깨어 그렇게 편안하게 자기 역할을 하고 사는 사람들을,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역사는 경쟁에서 이긴 창조적 소수의 엘리트들이 아니라 깨어난 순수한 영혼들이 이끌어 간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맑은 지혜와 밝은 얼굴, 미소를 잃지 않고 현실과 고난을 담담하게 끌어안는 사람, 때론 바보라고 놀림 당하지만 순수함을 잃지 않은 깨끗한 영혼을 지닌 사람, 그 현존 자체가 타인에게 생명의 공명을 일으키는, 감추어져 있지만 생명의 근원이 되는 사람, 이런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지켜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런 사람들이 구르지에프가 말한 인류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햇순 독자들께서도 지금 여기에 감추어져 있는 참 삶에 대해 눈 뜨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빛과 향기와 거룩함을 드러내기를 빕니다. 믿음, 소망, 사랑을 일깨워 내는 사람들이 되기를 간구합니다. 악으로 악을 갚는 것이 아니라 선으로 악을 넘어서는 지혜에 까지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을 일깨우는 사람 Hope awakener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참 나’를 찾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