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기업의 사장과 회장의 운전기사를 향한 ‘갑질’ 등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강자의 약자에 대한 횡포를 두고 SNS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약자에 대한 강자의 횡포가 일상화 되어 있는 우리사회를 빗대어 일부에서는 우리사회를 ‘갑질사회’라고 말합니다. ‘갑질’은 ‘갑’과 ‘을’이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대등한 자격으로 합의하여 체결한 것이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의 한 당사자인 ‘갑’이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을’에게 공정하지 못한 행위를 저지르는 일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갑질’이 신분으로 사람을 나누고 차별하는 봉건사회의 잔재로 근대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반인간적 행태라는 점입니다. 중세봉건사회가 몰락하고 근대시민사회가 형성된 후 인간 사이의 관계형성은 신분을 기초로 한 강제적 관계가 아니라 계약을 기초로 한 임의적 관계로 변화되었습니다. 따라서 근대시민사회에서는 신분에 따른 인간 사이의 차별과 불평등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갑질’ 논란은 우리사회의 ‘갑’들이 아직도 봉건시대 신분제의 유습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전인『대학』마지막 장은 “윗사람에게서 느꼈던 싫어하는 바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서 느꼈던 싫어하는 바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 사람에게 느꼈던 싫어하는 바로 뒷사람을 이끌지 말고, 뒷사람에게서 느꼈던 싫어하는 바로 앞 사람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 사람에게 느꼈던 싫어하는 바로 왼쪽 사람과 교유하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 느꼈던 싫어하는 바로 오른쪽 사람과 교유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혈구지도 ?矩之道’즉 “자로 모든 것을 재듯 일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사물이나 인간을 대하는 도”를 의미합니다. ‘갑질사회’인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혈구지도> 아닐까요?

성서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약자에 대한 더없는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잠언의 지혜자는 “가난한 사람을 억압하는 것은 그를 지으신 분을 모욕하는 것이지만, 궁핍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은 그를 지으신 분을 공경하는 것이다.”(잠 14:31)라며 약한 이웃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하나님에 대한 태도와 동일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독교인이 도덕적 분노를 가지고 우리사회의 ‘갑질’에 저항하고, 끊임없이 약한 이웃에 대해 관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경양 목사, 평화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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