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대한 과학계의 최근 연구 보고는 놀랍습니다. 소리의 주파수에 따라 주변의 사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리학적, 생리학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연구결과가 수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판 위에 모래나 소금을 뿌리고 다양한 주파수별로 소리를 입력하면 그에 따라 다양한 무늬로 모래가 정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거북이의 등껍질 모양, 표범의 얼룩, 해바라기 문양 등 자연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양들이 소리로부터 생겨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소리의 창조 능력은 물에도 적용됩니다. 소리 주파수에 따라 다양한 물결 모양을 만들어 내고, 물이 진동하며 끓어오르기도 하고, 수도꼭지의 물이 다양한 형태로 떨어지기도 하며, 때론 물이 거꾸로 위로 상승하기도 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은 말씀으로 천지를 창조하셨습니다. 말씀을 소리로 해석하면 오늘 과학계가 보고하는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리는 창조의 능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론 두렵습니다. 나에게서는 어떤 소리가 나오는가 하고 말입니다. 예수께서도 입에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고 말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로 나는 지금 어떤 창조를 하고 있을까요?

소리에 관한 연구를 농법에 적용한 사례들도 많습니다. 똑같은 조건을 가진 두 비닐하우스에 채소를 키우는데, 한쪽은 음악을 틀어주고 다른 쪽은 그냥 키웠습니다. 채소의 건강상태, 진딧물 등 벌레, 수확량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났습니다. 주인은 “유일한 차이점은 음악을 틀어준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사용한 음악은 어느 과학자가 만든 ‘그린음악’이었습니다. 다른 음악들은 소용이 없고 ‘그린음악’만이 효과를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린음악이 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말했습니다. 1) 2000Hz 음역대 음악, 2) 사람 목소리가 들어있지 않은 음악, 3) 자연의 소리가 들어있는 음악, 이 세 가지가 맞을 때 그린음악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중에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있지 않은 음악’이라는 조건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합니다. 자연은 인간의 목소리를 얼마나 힘들게 여기는지 깨닫게 됩니다. 최근 에니어그램 수련을 하는 분들과 제주도 영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둘째 날 오전, 교래리 곳자왈 숲길을 걸었습니다. 참 나를 찾기 위한 걷기이니까 모두 침묵하고 자기를 들여다보자고 했습니다. 저도 홀로 떨어져 매우 조심스럽게 천천히 걸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 그 고요한 숲속에서 내가 제일 시끄러운 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내 몸은 수많은 소리를 만들어내고, 숲을 놀라게 했습니다. 내가 고요해질수록 그동안 내가 얼마나 큰 소음 속에서 살았는지가 점점 분명해졌습니다.

길가에 큰 소나무 하나가 옆으로 비스듬히 쓰러지듯 자라서 길을 가로지로고 있었습니다. 너무 멋진 소나무라 휘어진 나무줄기에 걸터앉았습니다. 그리고 명상을 하며 숲의 고요함을 즐기려했습니다. 그런데 자꾸 허리가 아팠습니다. 아무리 반듯하게 자세를 잡아도 허리가 영 불편했습니다. ‘왜 그러지?’ 하다가 문득 나무가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내려와라, 나, 허리 아파 죽겠다!’ 분명 나무가 말하는 소리였습니다. 내가 생각하든 멋진 나무가 얼마나 힘들게 지금 버티고 살고 있는지 알아채는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는 늘 이렇게 자기가 만든 환상 속에 사나봅니다.

명상가들은 소음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있다고 말합니다. 풍랑 치는 바다에서 제자들이 죽게 되었다고 아우성칠 때, 예수께서는 고요하게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의 아우성은 자기 내면의 아우성들을 보여줍니다. 예수의 고요함은 그분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자연이 인간의 소리를 거부하는 것은 인간 내면의 소리가 너무 거칠고, 우악스럽고, 힘들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예수님처럼 그 음성만으로도 바람과 물결을 잠잠하게 할 수 있는 고요함을 다시 찾아야하지 않을까요?

핸드폰 여러 대를 모아놓고 가운데 생수병을 놓습니다. 핸드폰을 차례대로 켜기 시작하여 6, 7번째가 켜지면 생수가 끓어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피 끓는 청춘들이 핸드폰 때문에 더 끓어올라 더 폭력적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런 자녀들에게 그 목소리만으로도 평온하게 만들 수 있는 고요함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한가위는 그런 내면의 고요함으로 자연과 더불어 가족 모두가 함께 행복한 명절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