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 戊戌년이 밝았습니다. 황금빛 개의 해로 안정과 번영의 기운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에니어그램에서는 개의 특성을 충실한 사람 Loyalist인 6번 형에 비유합니다. 성서에 나오는 인물 중 6번 형에 해당하는 사람을 김영운은 이삭, 여호수아, 베드로를 통해 설명합니다. 이삭은 평생 가나안을 떠나지 않고 아버지 집을 지켰던 유일한 족장이며, 여호수아는 모세의 충실한 후계자로 끝까지 믿음을 지켰으며, 베드로는 두려움의 격정에 빠져 흔들리는 모습도 많았지만 결국 두려움을 극복하고 교회의 반석으로 남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면서 6번 유형의 과제는 아버지 표상인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미래에 대한 내면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킨다는 것은 에니어그램의 지혜에서는 본래 내가 누구인가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으로부터 이어진 궁극적이면서도 온전한 생명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 즉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 여기에서 에고의 수많은 모습으로 현존하지만, 본래 나는 존재 그 자체임을 아는 것입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일곱 빛깔이어도 본래 하나이듯이, 다양한 인성을 드러내는 본래의 나를 깨달을 때, 우리는 참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현존은 역설 자체입니다. 무지개 빛깔이 본래의 빛이면서 동시에 빛이 아닌 것처럼, 색즉시공 色卽是空 공즉시색 空卽是色처럼, 수많은 에고가 참 나의 현신이지만 동시에 참 나가 아닌 것처럼,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갖고 있는 신적 성품에 참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신이 아닌 것처럼, 우리 현존은 아이러니입니다.

본래 내가 누구인가를 기억하는 일은 이런 역설로부터 우리를 참된 현실로 이끌어줍니다. 우리 존재의 근원은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무지의 구름에 뒤덮여 있는 신비입니다. 그래서 참 나에 다가가는 일은 끝없는 깊은 심연을 탐험하는 것처럼 다가갈수록 모를 뿐입니다. 나를 기억하는 수련은 참 나를 점점 모른다는 무지의 영역으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인식의 역설이 있습니다. 참 나를 모른다는 무지에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에고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본래 내가 누구인가를 기억하는 일은 그래서 에고의 환상, 거짓 현실로부터 우리를 벗어나게 해주는 매우 중요한 수련입니다.

주인에게 충실한 개처럼, 6번 유형은 본래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키면 어떤 두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승리의 길을 묻는 아들에게 “내가 죽어야겠지!”라고 답을 합니다. 두려움과 맞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이순신을 보며 그의 부하들과 백성들은 죽으면 죽으리라는 용기로 일어서서 전장을 승리로 바꾸어냅니다. 6번 유형이 지닌 용기와 믿음에 대한 충실함을 명량은 잘 보여주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해 촛불혁명을 통해 대통령 탄핵을 이루었고, 그 후 벌어진 정치인들의 기회주의, 야합, 반목, 배신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감추어져 있습니다. 아마 개개인마다 바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대부분 느끼는 적폐청산이 확실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촛불혁명은 또 다시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니다’라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마음을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무술년 황금 빛 개의 해에,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깨어나고 6번의 특성이 살아나서 북핵위기와 적폐청산의 과제를 잘 수행하고 새로운 안정과 번영의 계기를 이루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