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아동센터에 1학년 지민이는 귀염둥이입니다.
학교 끝나고 오면 지민이 목소리가 재잘거립니다. 조용하던 센터가 깨어나는 것 같습니다.
화요일 오후 독서선생님이 오시면 “선생님!” 하고 반색을 하며 달려와 안깁니다.
“아참! 책 골라와야지!”
저학년 방으로 달려가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옵니다.
“선생님 이 책 읽어주세요.”
“그러자.”
선생님은 지민이가 골라온 책을 읽어줍니다.
‘지민이도 얼른 한글을 깨우쳐야 할 텐데…….’
겉으론 표내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한글을 깨우쳐 혼자서 읽기도 하고 쓰기도 할 줄 알아야하는데 안타까웠습니다.
오늘도 지민이는 선생님이 오자 달려옵니다. 선생님이 핸드폰시계를 보기 위해 가방 문을 엽니다. 그 사이 얼른 선생님 가방 안에 사탕을 하나 넣습니다.
”선생님 여기 보세요? “
”뭐지? “
어리둥절하고 있는 선생님을 보고 지민이가 의미 있는 미소를 짓습니다.
“지민이가 선생님 준거구나, 나는 웬 사탕인가 했지?“
뱅글거리며 달려 나간 지민이는 그림책 <고양이 카누>를 들고 독서 방으로 달려옵니다.
”선생님, 오늘은 제가 읽으면 안돼요?”
“??? 어떻게?”
“엄마가 혼자서 글씨 배우라고 했어요.”
“ 그럼 지민이가 읽어 봐, 어려운 글자는 선생님이 도와줄게.”
“카노는 아주 특별한 고양이예요. 왜냐고요?”
지민이가 더듬더듬 책을 읽습니다.
선생님이 눈이 동그라집니다.
“그건 말이죠, 카노는 다섯 번 울어야만 말 할 수 있는 고양이기 때문이에요.”
지민이는 손가락으로 한자씩 짚어가면서 또박또박 읽어갑니다.
“쭈욱 잠만 자요”
쭈우욱이 잘 안 읽어집니다. 옆에 있던 선생님이 고개를 들이밀고 ‘쭈욱’ 하고 같이 읽어주셨습니다.
“선생님은 가만히 계시면 안돼요? 헷갈린단 말이에요.”
“그래? 근데 언제 글씨 공부를 이렇게 많이 했어?”
“엄마가 스스로 글자를 배우라고 하셨어요.”
“그랬구나! 아빠는?”
“우리 아빠 이야기는 묻지 마세요. 슬퍼진단 말이에요. 어릴 적 돌아 가셨어요. 아셨지요?”
지민이 얼굴에 그림자가 잠시 지나갑니다.
“알았어.”
선생님은 짐짓 크고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계속 읽을게요.”
고양이 카누가 다섯 번을 울고 난 후 말을 하는 장면까지 몇 번 틀렸지만 끝까지 다 읽었어요. 오늘은 지민이가 처음으로 책을 끝까지 다 읽은 날이에요.
“지민이 축하해!”
선생님은 크게 박수를 쳐 주셨어요. 그리고 힘껏 안아주시면서 등을 두드려주셨어요.(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