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성서연구>


2017년 12월로 월간 <햇순> 통권 262호를 발행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햇순>은 교회력을 따르는 세계의 많은 교회와 함께, 같은 날 같은 본문을 함께 읽고 함께 명상하고 함께 사귀는 주일성서일과를 성서연구의 주요 자료로 삼아왔다. <햇순>은 매주 네 곳의 성경 본문을 공동체성서연구의 방법론인 네 가지 나눔, 곧 기도 나눔, 말씀 나눔, 사랑 나눔, 생활 나눔이라고 하는 맥락에서, 공동체가 함께 몸으로, 체험적으로 읽어 왔다.

20여 년 전, 교회력이나 성서일과라는 용어가 낯설었던 우리의 풍토에서 최근 10여 년 전부터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성공회, 루터교 등 많은 교회들이, 몇 몇 신학대학 채플이 교회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교단 차원에서, 자기 교단 설교자들이 임으로 설교 본문을 정하기보다 공동성서일과가 제시하는 본문을 사용하도록 권면하고 있다. 그리고 성서일과의 본문을 주석하고 네 본문의 주제를 교회력에 따라 연결시켜서 설교자들이 교회력에 따라 설교를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단들이 제공하는 이런 자료는 목회자, 곧 설교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를 함께 읽으며 공부하고 설교를 준비하는 목회자들끼리의 초교파적인 모임도 있다.

<햇순>은 목회자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성경을 함께 읽는 공동체를 대상으로 고려한다. 성서일과 네 본문 중에서 두 본문은 “기도 나눔”과 “말씀 나눔”에서 활용한다. 특히 “말씀 나눔”에서는 성서일과 본문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제공해 왔다. 필자에 따라서는 “말씀 나눔”의 <해설>에서 네 본문의 주제가 교회력과 어떻게 연관이 되고 우리의 역사에서 어떻게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간단히 언급하기도 했다. 어떤 한 주관이나 견해를 독자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눔” 시간에 공동체성서연구에 참여한 이들이 말씀에 응답하도록 대여섯 가지 예비적 질문을 준비한다. 비록 <햇순> 자체는 매주일 두 곳의 성경 본문만을 인용하여 제시하지만, <햇순> 독자들은 매주일 성서일과에 제시된 네 본문을 다 읽고 말씀 나눔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인도자도 이 점을 고려하여 공동체 구성원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이다. <햇순>의 “기도 나눔”과 “사랑 나눔”에 제시된 기도와 찬송은 한 예일 뿐이다. 교회력과 성경 본문에 입각하여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기도문을 작성해서 함께 기도할 수 있다면 더 이상적일 것이다. “말씀 나눔”에서는 번역 비교만이 아니라 말씀과 관련된 예술작품이 소개될 수도 있다. “사랑 나눔”과 “생활 나눔”에서는 말씀에 응답하는 결단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동체가 함께 구체적으로 노력할 수도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교회가 교회력에 따른 성서일과를 통해서 말씀을 만나는 것과 함께, 공동체성서연구를 지향하는 <햇순>은, 매호마다 밝히는 공동체성서연구의 10가지 특징을 구체화하는 “몸으로 읽는” 말씀을 체험하고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것이 <햇순>의 차별성이다.

햇순 편집위원회 민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