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살피던 동방의 박사들과 빈들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 그리고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아기 예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절기입니다. 이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기다림’입니다. 박사들, 목자들, 요셉과 마리아도 모두 하늘을 바라보며 기다리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니,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구원을 절실하게 바라던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결론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바람대로 메시야는 태어나셨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보았다’고 복음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메시야가 온 후에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바라던 메시야를 바로 그들이 죽였으니까요. 그리고 다시, 또 다른 메시야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무엇을 기다리기에 그들은 이미 오신 메시야를 만나지 못했을까요? 이 물음은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물음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이처럼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주셨다는 것을 철썩 같이 믿고, 또 예수님이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믿는다면서도, 지금 우리는 여전히 또 다른 구원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가 기다리는 구원은 무엇입니까?

순례의 여행은 인간의 욕망을 내려놓는 과정입니다. 저희가 어렸을 적 가정예배를 드릴 때, 어머니가 늘 하셨던 기도는 ‘뱀의 머리가 될지언정 용의 꼬리가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도였습니다. 간절한 이 기도 속에 녹아있던 일등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욕망은, 나이가 드실수록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지금 모습 이대로 너무 귀하고 자랑스러운 자녀들을 주셔서 고맙다는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그만큼 어머니의 얼굴은 편안해지셨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어머니를 보면서 기도는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자기의 욕망을 내려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능시험 날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기도하는 부모들로 넘쳐납니다. 자녀들의 시험이 아니라 부모들의 기도 경쟁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누구의 기도를 들어주실지 난감하실 것 같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삶의 여행을 해야 욕망에서 벗어나 별을 볼 수 있게 될까요?

욕망이 나를 사로잡을 때 우리는 기다림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욕망은 채울수록 커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욕망 자체가 허상이기 때문에 결코 채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욕망을 내려놓지 않는 한, 욕망을 채워줄 메시야는 언제나 기다림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여전히 메시야를 기다리고 계신다면, 지금 내가 주로 고백하는 예수는 어떤 존재인지를 다시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동방의 박사들은 메시야를 찾아가던 여행 중 ‘그들을 인도하는 그 별을 보고, 무척이나 크게 기뻐하였다’(마2:10)고 마태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지금 인도하는 별은 무엇입니까? 삶의 여정 순간순간 길을 잃어버렸을 때 나의 길잡이가 되 준 새벽별을 여러분은 갖고 계십니까? 내 삶속에 묻혀있는 하나님 나라를 간절하게 바라며 하늘 문을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별은 나타납니다. 나는 누구이며 여기에 왜 왔는지, 영적 질문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사람들만이 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질문을 갖고 메시야를 찾는 순례의 여행을 하고 있습니까? 질문이 없다면 천국의 문으로 이끌어줄 별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간절한 열망이 여러분의 영적여행을 부추기고 있습니까?

인간의 욕망이 잠들고 모든 것이 고요함에 빠져있는 이른 새벽의 빈들에서 샛별은 밝게 떠오릅니다. 온몸으로 들판의 고통을 견뎌냈던 목자들이야말로 누구보다도 먼저 이 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욕망은 가난한 만큼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따뜻한 식사와 잠자리, 좀 더 편안한 쉼을 원하겠지요. 내 몸이 쉴 곳은, 내 영혼이 평안하다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영혼이 욕망에 붙들려 있다면, 비단 금침에 내 몸을 누인다 해도 편안하지 않습니다.

에고의 욕망이 다 가라앉은 다음 떠오르는 새벽별 같은 깨달음, 주님의 깨우침을 기다립니다. 그것은 두려움이나 불안, 채우지 못한 욕망을 해소해 주는 그런 답이 아닙니다. 이 순간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의 별이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주님, 이제 주님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이 종을 세상에서 평안히 떠나가게 해주십니다. 내 눈이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다.”(눅2:29~30) 예루살렘에 살던 경건하고 의로운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팔에 안고 부른 노래처럼, 우리도 그렇게 주님을 찬양할 수 있을까요? 이젠 떠나도 좋아, 그렇게 자기 삶을 노래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오늘 주님의 구원을 보았습니까? 그리고 행복한 십자가의 길로 내 삶을 인도해주는 아름다운 그 별을 따라가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