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형 에서가 두려워 도망가고 있었습니다. 광야에서 지치고 굶주려 쓰러지고 맙니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야곱은 꿈을 꿉니다. 자기가 누워있는 곳에서 하늘까지 사다리가 놓여있고 천사들이 오르내리는 것을 봅니다. 잠에서 깬 야곱은 소리칩니다. “여기가 하늘문이구나!” 그리고 단을 쌓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립니다. 그 후 다시 야곱은 지친 몸을 이끌고 길을 떠납니다.

도망자 야곱은 여전히 낯선 미지의 세계를 향해 정처없이 나아가고 있는 나그네입니다. 그러나 꿈을 꾼 그 한 지점, 야곱이 벧엘이라 이름 붙인 그 지점을 기점으로 그 이전의 야곱과 그 이후의 야곱은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꿈을 통해 야곱은 눈에 보이는 현실 reality 속에 감추어진 진정한 현실 Reality, 하나님께서 자기와 한결같이 함께 하시는 현실 Reality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막연한 앎이 아닌 깨달음이라 부를만한 각성이었습니다. 이 각성을 통해 야곱의 거친 광야는 주님과 함께 걷는 꽃길이 되고, 지친 몸에 생기를 부어주는 에너지가 됩니다.

여러분은 이런 각성을 가져다준 꿈을 꾸어보셨습니까? 제 수련 일지를 뒤적이다가 꼭 10년 전 꾸었던 꿈을 기록한 부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려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 있다가 비몽사몽 떠오른 장면이 너무 선명하게 각인되어 기록한 꿈입니다. 아주 잘 생긴 은빛 생선이 도마 위에 놓여있는데 꼼짝달싹 못하고 곧 요리사 칼을 받아야 할 운명에 놓인 그런 장면입니다. 그때에도 나의 상황과 빗대어 이런 저런 해석을 했습니다만, 진정한 각성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선천적 난치성 심장병이 발병되고서야 그때의 꿈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었는지를 알게 된 것입니다. 저의 심장병은 저나 의사나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병이 아닌 주님의 손에 달려있는 병입니다. 도마 위의 물고기처럼 저의 운명은 오로지 요리사인 그분께 맡겨져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까지 내가 살아있는 것은 온전히 주님의 뜻이었음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꿈과 해석의 각성은 야곱처럼 즉자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고 저처럼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선하신 주님의 손길을 각성할 수만 있다면 도망자여도 좋고 도마 위의 물고기 신세여도 괜찮습니다. 그 각성은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한 감사와 기쁨으로 채우고, 두려움을 넘어 기꺼이 알지 못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내일은 주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기꺼이 순례에 지친 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발걸음마다 선하신 주님의 손길을 체험하면서 말입니다.

본회퍼 Dietrich Bonhoeffer가 사형을 며칠 앞두고 쓴 일기는, 그런 의미에서 깊은 영감을 줍니다.

선한 능력으로 / Von Guten Machten

선한 능력에 언제나 고요하게 둘러싸여서
보호받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여러분과 함께 오늘을 살기 원하고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선한 능력에 우리는 너무 잘 보호받으며
다가올 일들을 믿음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주님은 저녁이나 아침이나 우리 곁에 계십니다.
또한 매일 새 날에 온전한 양심을 주십니다.
옛 것이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어두운 날들의 무거운 짐은 여전히 우리를 누르지만
아, 주님, 내몰린 우리 영혼은
당신께서 준비해 놓으신 구원을 기다립니다.
어둠 속으로 가져오신 그 초들이
오늘 밝고 따뜻하게 타오르게 해 주십시오.
또한 우리가 다시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우리는 압니다. 당신의 빛이 이 밤을 비추고 있음을!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선조들의 꿈이, 한반도의 평화를 기도하는 오늘 우리들의 꿈이, 어떤 어둠을 만나든지, 우리를 흔드는 적대감과 공격 앞에서도, 주님의 빛이, 선하신 그분의 능력이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믿습니다. 이런 각성으로 온 인류가 기다리는 구원의 날을 향해 함께 손잡고 나아가고 싶습니다. 대한독립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