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힐링이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굳이 이유를 말하자면, 이전 대통령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그의 ‘관계 맺는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심어린 자세로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특히 그런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한 시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가 나라의 지도자라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의 관계 맺기인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신 최후만찬 장면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예수께서는 최후만찬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겉옷을 벗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 손수 물을 떠와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고, 허리에 두른 수건으로 닦아 줍니다(요 13:4-15). 말할 것도 없이 예수의 이 같은 행위는 당신이 비난 받을 정도로 당시 사회적 통념이나 종교적인 관습으로는 낯선 행위입니다. ‘이럴 수는 없습니다. 어찌 스승께서 제자의 발을 씻긴다는 말입니까.’ 베드로의 격렬한 반응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헌대 예수께서는 베드로가 더는 거부할 수 없는 답을 내놓습니다.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네가 나와 상관이 없[다].”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드린 것은 제자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의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혹은 ‘섬김의 모범’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요. 실제로 많은 설교자들이 그렇게 해석합니다. 하지만 예수의 “네가 나와 상관이 없다”는 말씀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죽음 이후 제자들과의 관계 맺기를 발 씻기는 행위로 상징화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자들이 예수의 그 같은 행위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예수께서 죽으신 다음에도 예수와의 교제를 받아들이는 것이요, 거부는 예수와의 교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됩니다. 알고 보면 이는 성육신의 재현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사랑하기에, 거룩하신 분이 비천한 몸을 입고 세상에 오시어 세상과 관계 맺으신 사건이 성육신이듯, 사랑하는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심은 당신이 세상을 떠나신 이후에도 변함없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인 것입니다. 때문에 예수의 발 씻김은 단순히 사랑의 표현이거나 섬김의 모범으로만 볼 수 없는 일입니다.

예수께서는 이처럼 우리를 위압적으로 대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먼저 다가가기를 기다리시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기 전에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우리의 불결한 발을 씻겨주시며, 우리와 관계 맺기를 원하십니다. 말할 것도 없이 당신의 관계 맺는 방식은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어야 하고, 그리스도인이 이웃과 관계 맺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고난 가운데 있는 이웃이 내게 찾아오기에 앞서, 내가 먼저 찾아가 그들의 지친 발, 상처투성이인 발, 오염된 발을 씻겨 주도록 예수께서 우리에게 그 모범을 보이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내 편에서 그리스도와 관계 맺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히브리서가 그 길을 제시합니다. 예수께서 우리를 위해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으니, 우리도 그가 지은 능욕을 지고 성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고(히 13:12-13). 말할 것도 없이 “성문 밖”은 배척당한 이들이 버려지는 곳, 소외된 이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길 잃은 양처럼 고단하게 살아가는 곳입니다.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곳, 무엇보다 예수께서 고난 받으신 곳입니다.

히브리서는 이렇게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관계 맺기 위해 예수께서 고난 받으신 곳, 그곳에 가서 우리도 함께 고난 받기를 제안합니다. 그러고 덧붙여 설명하기를, “이 같은 제사는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라고, 성문 밖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을 제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사는 제사인데 엄숙함이나 풍성함과는 거리가 먼 제사입니다. 모든 격식과 치장을 벗어던지고 버려진 이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지친 발, 상처 입은 발, 불결해진 발을 씻겨드리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예수와 관계 맺는 방식이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제사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그리 해야 하겠지만, 국민이 주인인 나라에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해야 할 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 맺는 모습에서 새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와 함께 그 동안 상처받은 마음들이 치유 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대통령의 처음 모습 시종여일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