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호, ‘그가 아이들 앞에 다시 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기적입니다. 아산병원으로 옮긴 후 정밀진단 결과 간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2주 안에 뇌사 간기증자를 찾아야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4000만원이 넘는 수술비와 이후 치료비를 포함한 1억에 가까운 비용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간 기증자를 기다리는 중에 제현우가 긴급하게 저를 찾았습니다. 온 몸에 약물을 투입하는 관을 주렁주렁 매단 채 중환자실 병상에 누워있는 제현우를 보는 순간 울컥 무엇인가가 솟아올랐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제현우는 “인생을 병상에서 끝낼 수 없지 않느냐? 죽기 전에 여동생과 할 이야기도 많고 여동생과 공원도 산책하며 삶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으니 퇴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현우의 손을 꼭 잡고 “조금만 참고 기다려보자.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길이 있을 것이다.”라고 위로하고는 “나는 당신을 꼭 살리고 싶다.”고 말하려는 순간 눈물이 솟구쳐 급하게 손수건을 꺼내들고 자리를 피했습니다.

3일 후 기적과도 같이 뇌사간기증자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수술비 4000만원을 선입금 해야 수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병원 측과 협의하여 수술비를 전지협이 책임지기로 하고 우선 모금된 1500만원을 입금한 후 제현우는 간 이식 수술을 마쳤습니다.

지금 나머지 수술비와 이후 치료비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모금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을 통한 온라인 모금도 진행 중인데 모금에 참여한 이들이 기부하면서 댓글들이 더욱 감동적입니다. “당신은 우리들을 위해 힘들게 기도하는 겁니다.”라는 글과 함께 콩을 기부하는 이, “마음 같아서는 6천만 원 드리고 싶은데 적은 금액 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30만원의 콩을 사서 기부하는 이, 콩을 기부한 후 “제가 지금은 가난해서 콩을 열개밖에 못 드리지만 열심히 일해서 계속 콩 기부할께요.”라는 글 남긴 중학생도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 모금에 참여한 분이 3000명이 육박합니다. 모금된 금액보다 더욱 감동적인 사실은 많은 분들이 기부를 하면서도 많이 도와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작은 기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는 이 기적에 힘입어 제현우가 일어날 것을 믿습니다.(박경량 목사)

서울시 구로구 궁동 178-14 ‘지역아동센터 평화만들기’ 02)2615-4146, kmpeace@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