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농부들은 다시 씨를 뿌리며 한 해를 기대 속에 시작해 본다.

윤달이 끼어 있어 농사 작기를 늦췄으나 더러 냉해를 입기도 하고 강풍을 동반한 비는 이웃의 여러 농가들의 육묘하우스에 피해를 주었다. 심지어 어떤 집은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날아가 순농사를 망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25.3%(캐나다: 416%, 프랑스: 203%, 미국: 172%, 덴마크: 136%, 영국: 113%, 독일: 106%, 스위스: 50%, 포르투갈: 27.7%, 일본: 22.4%, 네덜란드: 21.2%) 밖에 되지 않는 상황인데 극심한 기후변화와 보장되지 않는 농업정책과 농민들 스스로의 책임의식의 결여, 국민의 농업경시사상은 앞으로 들이 닥칠 식량난에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게다가 생명의근본인 물, 공기, 흙이 오염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농약 특히 제초제 등으로 생명에 위해를 끼치는 농산물의 범람은 앞으로의 삶을 절망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우리 교단이 ‘생명살리기운동10년’을 선포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모든 피조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생명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열 가지 생명살리기운동의 분야를 결정했다.

일치와 갱신, 민족복음화, 사회선교, 세계선교와 에큐메니칼 연대, 교육목회 및 훈련, 신앙과 경제, 한반도에서 나눔과 평화, 기독교와 문화, 정보화 시대의 언론홍보, 그리고 지탱,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본정책 등으로. 2012년 올해로 10년이 되어 평가를 한 결과 약간의 성과 이외에 아직도 많은 분야와 대부분의 교회와 교인, 교회 지도자들에게 이 운동의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았고 실천 또한 매우 저조한 것으로 이제 다시 새롭게 지속해야할 것임을 확인했다.

5월은 본격적인 농번기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 마을의 할머니 일꾼만으로 우리집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젠 타동네에서 품삯을 더 주고라도 모셔 와야 하고 그나마도 농촌 지역의 인구감소와 농업을 경시하는 사회인식은 농촌의 붕괴위기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휴대폰 팔아서 값싼 식량을 사오면 된다는 형편없는 논리가 그리고 돈이 가장 우선시 되는 이 사회가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

어제도 우리 고구마 농사에 일곱 분의 마을 할머니 일꾼들이 일을 하셨다. 거의 평생을 밭에서 일을 해서 허리가 굽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튀어나오고 구부러져 있다. 존경스러우면서도 슬며시 눈물이 난다. 칠십대 초에서 팔십 육세까지인 이 분들은 새벽부터 자신들 텃밭에서 일하고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품일을 하고 집에 가서 어두울 때까지 또 일하신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몸을 움직일 수만 있으면 일을 나간다.

전기를 아끼느라 텔레비전 불빛으로 지내고 난방비를 절약하려고 겨울철엔 마을회관으로 출퇴근을 한다. 어려운 우리 농촌을 지켜 오신 이 땅의 어머니들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 농장에서 유기농법, 자연농법 등 생명농업을 하며 풀도 잘 매시는데 자신들 농사에는 화학비료, 일반농약, 독한 풀약-제초제를 아낌없이 용감하게 투입하시는 점이다. 이런 일꾼들도 이제 거의 없고 주위 도시의 인력들을 불러서 소개비, 교통비 등을 지불하며 간신히 인력을 충당하곤 하는데 이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어제 온 약비(?)로 농민들의 삶에 생기가 넘친다. 가을에 농사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오랜만에 내린 단비로 바쁘게 일을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다. 이 힘든 일을 어찌 농부들에게만 맡길 수 있겠는가! 우리 모두가 일 년에 단 세 시간만이라도 풀매기를 한다면 농약으로 병들고 죽어가는 농민들의 삶을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하며 생명이 풍성하고 건강한 흙, 물, 공기, 먹을거리로 인하여 함께 사는 지구생명공동체를 이루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우리가 되지 않을까 두 손 모아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