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영성의 대가인 유진 피터슨의 말입니다. “우리는 공동체다. 우리는 각각 혼자서는 자신일 수 없다. 우리는 공동체에서 태어나며, 공동체에서 살아가며, 공동체에서 죽는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목적이 온전한 공동체의 회복에 있음을 갈파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의 비전은 항상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분파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나르시시즘(자기도취)입니다.

분파주의는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몇몇 사람들과 함께 특별한 관심사를 추구하는 데서 나타납니다. 바울파, 아볼로파로 나뉜 고린도교회(고전 3:3-4)의 경우는 그 한 예일 것입니다. 하지만 분파주의는 꼭 공동체를 부인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공동체를 자신에게 맞도록 재구성하려 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필요에 응하기보다, 다른 사람을 내 필요에 응하도록 하는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것이지요. 분파주의의 해독이 공동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예수를 향한 바리새인들의 교묘한 질문에서도 나타납니다. 그중 이혼에 대한 질문은 압권입니다(막 10:2). 저들은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예수를 유대교 공동체로부터 분리시키기 위해 일부러 고약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세의 율법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자신들의 음흉한 속내를 포장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분열상 역시 이에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속은 음흉합니다.

나르시시즘은 오늘날 세속사회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세속사회는 자기도취가 미화되고, 그로 인해 유명인사가 되고, 지도자가 되어 환영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리스도를 따른다는 사람들 가운데 자기 영혼에 몰입해서 자기 자신의 영성 계발에 몰두하는 현상이 있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하는 영성, 자기충족적인 영성, 자기발전을 꾀하는 영성은 알고 보면 자기 내면에서 신성을 계발하려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 하나님의 계시에 의한 영성은 아닙니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영성은 이게 아닙니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같이 저희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 17:21-23). 예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하나 되는 영성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교회들이 부흥을 목적으로 세속사회의 자기 계발 열풍에 부응해서 개인적인 영성계발에 몰두하는 것은 왜곡된 영성운동임에 분명합니다.

오늘의 세계는 ‘상투어와 편견이 난무하는 쇼와 흥행의 세계’라고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신분을 불문하고 자기를 치장하는데 열심입니다. 유명해지고 싶어 합니다. 그리하여 시시하고, 상스럽고, 저속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람들이 다중의 인기를 얻고 득세합니다. ‘흥행사회’에서는 눈앞의 효과가 중요할 뿐 과정이나 결과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습니다. 공직자로서 국민을 상대로 임기웅변을 능사로 하고, 거짓을 일삼고, 사기를 치고도 뻔뻔합니다. 가치 전도된 세계가 지닌 특징입니다.

하나님께서 모세로 하여금 이집트에 10가지 재앙을 내리실 때입니다. 재앙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내가 너로 바로에게 신이 되게 하였은즉…”(출 7:1). 열 가지 재앙은 모세와 바로의 대결이 아니라, 신들과의 대결임을 천명하는 말씀입니다. 이로써 바로가 참 신인지, 야훼께서 참 신인지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하나님의 방식과 바로의 방식이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드러냅니다. 하나님께서는 진실과 공의와 사랑의 방식을 사용하는데, 바로는 장엄함과 자기도취와 마법을 사용합니다. 결과적으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을 자유케 하고, 바로는 자기 백성을 억압합니다.

나라나 사회나 교회나 공동체의 분쟁 이면에는 분파주의와 자기도취가 있습니다. 다중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세속 권력은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트릭을 하고, 끊임없이 분파주의를 획책합니다. 이익 창출을 최고의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은 노골적으로 나르시시즘을 조장합니다. 상업화된 교회 역시 공동체로 향해야 할 영성을 자기충족과 자기계발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마땅히 드려야 할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채려는 인간의 독선과 탐욕과 파렴치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