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 동네에 사는 학부모와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자율형사립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의 한마디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난 며칠 아이들과 캠핑을 하는 과정에서 편히 이야기할 시간이 있었는데 자기 반 아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왕따, 학교폭력,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 충동 등을 경험했다고 고백하고, 그 중에서 절반 가까이가 실제로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는데 이 사실을 부모들은 모른다고 고백해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무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 겪는 아픔은 뒤쳐진 아이뿐 아니라 경쟁에 앞서가는 아이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경쟁이 아니라 협동을 중요시하는 핀란드의 교육이 주는 교훈 중 하나가 이것일 것입니다.

경쟁에 내몰린 제자들이 겪는 아픔에 충격을 받은 교사와 내 자녀들이 모범생이기를 간절히 소망하다 정작 모범생들의 절망과 아픔에 대해 놀란 학부모들을 보면서 벨라루스 출신 심리학자인 레프 비고츠키가 생각났습니다.

레프 비고츠키는 교육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 할지라도 아이가 거부하면 강요하지 말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자극을 주어 즐겁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경쟁에서 이기는 법보다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지혜로운 교사요, 부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박경량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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